[Oh!쎈 초점] JTBC가 'SNL코리아'를 만들었다면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11.20 07: 55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과 정황들로, 시국이 어지럽다. 지성인들의 뼈있는 일침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다. 지난 주말에는 자그마치 100만개의 촛불이 모여, 광화문을 환하게 밝히기도 했다.
각종 드라마와 예능에서도 이같은 사태를 꼬집는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tvN 'SNL코리아8' 역시 지난 5일 방송된 솔비 편을 통해서 합세했다. 크루 김민교는 최순실 분장을 하고 '곰탕'과 벗겨진 명품 신발 등을 패러디로 비꼬았다. 유세윤 역시 최순실의 딸 정유라로 변신, '곰탕' '말' '광화문' '엄마빽도 능력' 등을 나열했다.
그렇지만, 역시 아쉽다. 시청자가 'SNL코리아'에게 바라는 풍자는 분명 이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앞서 '여의도 텔레토비' 등으로 모두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던 리즈 시절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SNL코리아'는 지난 2013년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구속 시기와 맞물려 정치풍자를 내려놓았다. 이후 tvN 등의 CJ E&M 보유 채널에서는 '창조경제'와 관련된 캠페인 영상이 수시로 등장했다.
이같은 일들은, 청와대 핵심수석이 VIP(대통령)의 뜻이라며 CJ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며, 결국 추측에 불과했던 정치적 외압이 실제로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정치풍자를 잃어버린 'SNL코리아'를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다.
혹시, tvN이 아닌 JTBC에서 미국 NBC의 포맷을 들여와 'SNL코리아'를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현재 JTBC는 '뉴스룸'을 앞세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을 비롯한 각종 사건의 진실을 까발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방송국. 그곳에서 'SNL코리아'를 만들었다면, 뜨거운 호응을 보장할 '풍자 소재'들이 넘쳐나는 탓에 행복한 고민으로 매일 머리를 싸매고 있진 않았을까.
하루가 멀다않고 충격적인 사실들을 보도하는 '뉴스룸'과 권력자들을 향해 독설을 서슴지 않고 있는 '썰전'만큼, 아마도 현 시점에서 모두가 기다리는 가장 '핫'한 예능프로그램이 됐을 게 분명하다. / gato@osen.co.kr
[사진] 'SNL코리아' 스틸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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