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자격을 얻는 에이스급 투수들은 꽃놀이패를 쥔다.
무엇보다 해외 진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경쟁하는 메이저리그가 우선이지만 일본 NPB 무대도 싫지 않다. 대부분의 선수라면 해외행을 우선 추진한다. 현재 FA 최대어로 꼽히는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이 그렇다.
이들은 이미 소속 구단 혹은 타 구단의 제시 조건을 받았다. 모두 입이 쩍 벌어지는 최고 대우이다. 보장금액은 100억 원 안팎이다. 해외를 포기하고 국내 유턴만 결정하면 바로 평생 먹고도 남을 돈이 통장에 찍힌다. 선수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들의 거취가 언제 결정 날지 몰라 구단이나 감독들은 1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 보니 전력 구성의 밑그림을 그릴 수 없다. 이들이 잔류와 이적에 따라 전력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시급한 외국인 선수 영입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팀을 떠나든 남든 거취가 일찌감치 결정되는 것이 편하다는 하소연도 있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들이 없다고 생각하고 대체 FA 영입 등 전력 구성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이들이 해외행을 포기하고 돌아온다면 투자 중복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 마무리 캠프를 하고 있는 삼성, KIA, SK가 나란히 겪는 동병상련이다. 삼성은 차우찬를 잔류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KIA와 SK는 양현종과 김광현의 거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답이 없다. 해외행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릴뿐이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엔트리 보장이 안될뿐더러 제시 금액도 높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자칫하다간 마이너리그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실제로 몇몇 구단이 관심을 보인다는 말도 있다. 계약금을 논외로 한다면 이들의 연봉 수준은 1억 엔~1억 5000만 엔 정도이다. 보장 금액은 오히려 한국 구단이 더 높다.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해외를 노크하는 이유는 야구선수로서의 오랜 꿈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선동렬과 박찬호를 보면서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욕구를 키워왔다. 그 꿈 때문에 국내 잔류에 대한 결단을 못하고 있다. 선수도 마찬가지겠지만 구단과 감독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