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시련과 배움이 된 2016년
교육리그부터 2000구 강훈련 소화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35·한화)에게 2016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지난해 11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배영수는 후유증으로 올 시즌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재활군부터 2군과 육성군을 오가며 음지에서 한 해를 보냈다. 2000년 프로에 데뷔한 후 그가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한 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통째로 1년을 쉰 2007년 이후 9년 만이었다.
하지만 배영수는 좌절하지 않았다. 시련 속에서 큰 배움을 얻었고, 야구를 바라보는 견문을 넓혔다. 그리도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여 맸다. 지난달 초부터 50일 가까이 일본 미야자키에서 교육리그에 이어 마무리캠프까지 쉼 없는 훈련으로 투구수를 2000개까지 늘렸다. 신인 때 함께했던 계형철 투수코치가 맨투맨으로 붙어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배영수는 내년 시즌이 야구 인생의 승부라고 했다. 다음은 배영수와 일문일답.
- 교육리그부터 쉼 없는 훈련인데 잘 지내고 있다.
▶ 훈련 잘하고 있다. 교육리그부터 50일 다 된 듯하다. 신인 때 이후 이런 일정은 처음인데 피칭도 2000개 가까이 던지고 있다. 올해 공을 별로 안 던졌기 때문에 문제없다. 공 던지러 온 것이다. 2000구는 예전에도 던져본 적 있다. 피칭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곳에서 폼도 수정하고 다양하게 하고 있다. 계형철 코치님께서 1대1 지도로 도와주신다.
- 삼성 시절 신인 때 투수코치가 계형철 코치 아니었나.
▶ 맞다. 20살 때도 계형철 코치님과 했고, 지금 다시 만나서 이렇게 도와주고 계신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투구폼에 있어서 딜레마에 빠져있었는데 코치님이 간결하게 바꿔주셨다.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고 나에 맞는 폼을 찾게 되고 있다. 계형철 코치님도 40살 이상까지 야구를 하셨던 분이다. 야구 이론이 미국 쪽에 가까운 스타일이시라 합리적이다. 신인 때 만났을 때는 머리숱이 많으셨는데 지금은 백발이 다 되셨다(웃음).
- 신인 때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이 들 것 같다.
▶ 초심이라기보다는 1년을 쉬면서 재활군과 2군뿐만 아니라 육성군에도 있어봤다.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한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 있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이다.
- 팔꿈치 수술은 2007년 인대접합 이후 두 번째였다.
▶ 팔꿈치 수술 두 번 했는데 모두 1년을 쉬었다. 난 왜 수술만 하면 그렇게 될까(웃음). 뼛조각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 (김성근) 감독님한테 죄송하다. 감독님은 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내가 계속 하겠다고 고집 피웠다. 죄송하다. 너무 내 고집만 내세워서 1년을 쉬게 된 것 같다. 분명히 일찍 복귀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잘 안 되더라. 감독님께서 신중하게 하라고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됐다. 지금 팔꿈치 상태는 굉장히 좋다. 쉬니까 몸은 확실히 좋아졌다. 투수는 1년을 쉬면 재생되고, 재충전되는 것이 있다.
- 1년간 1군 경기를 밖에서 바라봤다.
▶ 여러 가지로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2군이나 육성군에서 어린 후배들과 대화하며 요즘 선수들이 어떤 생각으로 야구하는지 느꼈다. 1군에서 하는 선수들을 던지는 것을 볼 때는 부러웠다.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는데 정말 부러웠다.
- 힘든 시간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배움이 됐을 것 같다.
▶ 이런 시간들이 헛되진 않았다. 나중에 지도자가 됐을 때에는 지금 시간들이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안 보이던 것을 보게 되는 계기였다. 앞으로도 야구는 계속 해야 한다. 다만 2년간 팀에 도움이 못 된 게 죄송하다.
- 교육리그에 참가한 것은 거의 처음 아닌가.
▶ 교육리그는 처음 왔다. 일본야구를 한 달 동안 경기하면서 지켜보니 진짜 많이 공부가 된다. 감독님께서 왜 1군 선수들도 교육리그에 데려오는지 알겠더라. 그동안 가을 훈련이 왜 중요한지 몰랐다. 만날 포스트시즌이나 한국시리즈를 해서 이런 기회가 없었다. 일본 교육리그에는 2군뿐만 아니라 1군의 선수들도 참가해서 열심히 하더라. 교육이 많이 됐다.
- 어떤 부분에서 교육이 됐다는 것인가.
▶ 직접 내 눈으로 보니까 야구가 어떤 트렌드로 움직이는지 보인다. 일본야구가 정답은 아니지만 어떻게 훈련을 하고, 경기에 임하는지를 봤다. 일본 선수들은 정말 진지하게 야구하더라. 경기 전 몸을 풀 때부터 그렇다. 그동안 내가 정말 갇혀 살았구나 싶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 야구는 계속 바뀌는데 최대한 많이 봐야 한다. 여기 와서 견문을 넓힌 듯하다.
- 남은 마무리캠프와 비시즌 계획은 어떻게 되나.
▶ 지금 만들어가는 폼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다. 한국에 들어가서도 내년 준비를 위해 계속 몸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것 없다. 내년이 계약기간 마지막 해인데 잘해야 한다. 한마디로 내년이 승부다. 안 되면 그대로 잊혀지는 것이다. 야구 뭐 있나, 결국 선수는 결과로 얘기해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