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서)
KBS 2TV '공항가는 길'이 초반의 '불륜 드라마'라는 오명을 벗고 올 가을에 적격인 멜로 드라마로 끝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활약이 컸다. 김하늘부터 아역 김환희까지, 연기 구멍 없는 열연이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하고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
특히 결혼 후 첫 복귀작으로 '공항가는 길'을 택했던 김하늘은 가정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흔들리는 최수아라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멜로퀸'이라는 수식어를 공고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캐스팅 단계에서 연기, 그리고 배역 이미지에 어울리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려했던 제작진의 청사진이 제대로 된 결과물로 나타난 셈이다. 이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출을 맡은 김철규 PD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 '공항가는 길' 배우들을 캐스팅 할 때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연기가 가장 우선 순위였다. '공항가는 길'은 배우들의 기존의 이미지를 과격하게 뒤엎는 방식보다는 기존에 배우들이 갖고 있었던 이미지를 극대화,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가는 방향으로 캐스팅 방향을 잡았었다. 그래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들의 이미지에 플러스 알파를 더해서 이 드라마의 이미지가 최대한 살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했다."
- 특히 최수아 역의 김하늘에 대한 호평이 자자했다.
"무엇보다 배우 본인이 이 드라마를 너무 좋아했다. 역할에 몰입해서 하나하나 작은 감정들이나 느낌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굉장히 많이 애를 썼다. 드라마 현장이 워낙 힘드니까 중반으로 넘어가면 놓치고 무시하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김하늘 씨나 이상윤 씨 두 배우는 소소한 감정들과 느낌들을 굉장히 열심히 들여다보고 잘 체크하고 살려내려고 애썼다. 드라마 자체가 큰 사건으로 가는 게 아니고 사소한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서 진행되다 보니까 그런 점이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살짝 그게 안 보여도 지장이 없는데 그런 부분을 열심히 공부하고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애를 쓰고 그랬던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 잔잔한 멜로가 진행되던 중 8회에서 김하늘과 이상윤의 격한 키스신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실 지금 나도 이 장면이 득이 됐는지 실이 됐는지 판단이 안 된다. 어쨌든 멜로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으니까 두 사람의 감정이 가장 격렬하게 맞붙은 장면으로 한번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이 뒤로는 농도가 짙은 스킨십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잘한 건지 아니면 더 자제를 했어야 했는지, 오히려 더 폭발해야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베드신이 왜 없었냐는 의견도 있는데 어찌됐든 기존에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면에서 조심스러운 것도 있어서 제작진도 고민을 많이 했다. 이 드라마 속 최수아와 서도우의 관계가 정념, 치정 이런 뜨겁고 빨간 사랑이 아니라 인간적인 작은 배려, 친절, 위로에서 시작된 거라서 격정적인 러브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맞는 것 같다."
- '공항가는 길' 속 모든 장면이 명장면으로 남을 만큼 호응을 얻었는데, 연출자가 꼽는 명장면이 궁금하다.
"1회에 등장한 애니의 사고 장면이다. 그 장면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 고민스러웠다.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이라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없었고 우리 드라마가 장르물이 아니라 리얼하고 처절하게 표현하는 것도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외국이고 공항이라 촬영 요건도 나빠서 정말 난감했다. 끝끝내 해결책을 못 찾다가 현장에 가서 방법을 찾았다. 그 장소가 정면이 유리로 돼있어서 반사벽을 통해 사고 장면을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고도 이미 사고가 난 걸 표현했다. 김하늘 씨와 애니가 마주치고 사고가 나고 까지 이 일련의 시퀀스는 연출자로서 애를 먹었고 고민도 많이 한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
- 동시간대 꼴찌였지만 경쟁작이었던 '질투의 화신'이나 '쇼핑왕루이'와도 시청률 차가 크지 않았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이 드라마는 굉장히 높은 시청률이 나오기는 핸디캡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대사나 상황 이런 것들이 쉽지 않고 기본적으로 사건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잔잔한 감성으로 끌고 가기 때문에 느리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시청률 경쟁에서 불리할 거라고 예상했었던 부분이다. 그래도 아무리 예상했어도 막상 시작하면 욕심이 나기 마련이다. 반응은 좋은데 그만큼 나오는 거 같지 않긴 했는데, 욕심 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니까. 크게 떨어지지 않고 경쟁작들에 비해 현저한 수준으로 낮지 않다는 거에 만족한다. 서울이나 수도권 시청률은 우리가 더 높았다고 하니까(웃음)."
- '공항가는 길'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좋겠나.
"연출자로서 아름다고 한 편의 영화같은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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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