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PD "불륜 조장? 오히려 ‘있을 때 잘하라’는 메시지" [인터뷰①]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11.18 08: 10

'공항가는 길'이 '불륜'이라는 프레임을 벗고, '웰메이드 멜로'로 막 내렸다. 초반은 논란은 온데간데없이 올 가을을 촉촉하게 적신 김하늘과 이상윤의 잔잔한 사랑에 시청자들 역시 공감과 이해로 응답했다.
지난 10일 종영한 KBS 2TV '공항가는 길'은 많은 이들의 바람대로 수아(김하늘 분)와 도우(이상윤 분)의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화제성이나 시청자들의 반응에 비해 낮았던 시청률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방영 전 향했던 편견과 달리, 그 어떤 작품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은 오랜 잔상으로 남았다.
특히 여기에는 연출을 맡은 김철규 PD이 한 땀 한 땀 빚어낸 영상미가 큰 역할을 했다. 영화 '봄날은 간다'를 집필했던 이숙연 작가의 문학 작품 같은 대사와 어우러진 매장면이 명장면으로 기록됐고, 등장인물 간의 감정선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 연출은 보는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이에 종영 이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드라마의 마지막 여운을 만끽하고 있는 김PD를 OSEN이 직접 만났다. 시작 전부터 마음 고생하게 만든 '불륜 미화' 논란부터 결말에 대한 생각까지 모두 들어볼 수 있었다.
- 결말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만족하나.
"각자의 행복한 길로 찾아간 것 같다. 제작진들끼리 결말에 대해 논의도 많이 했고 의견도 많았다. 결론적으로는 인물들의 감정에 충실한 결론으로 가야하지 않겠냐고 했다. 두 사람의 감정이 점점 강해졌고 이에 따라 결말도 그 길로 가게 된 것 같다. 간담회까지만 해도 몇 개의 결말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10회가 넘어가면서 생각을 굳혔다. 각자의 길을 걷고 헤어지게 되는 결말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많이 들을 것 같아서 각자 가정으로 되돌아간다는 거는 일찌감치 포기를 했었고. 그러고 나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또 서로가 절실한데 만나지 않는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나. 사실 이런 드라마를 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고민인데, 가정을 깬다라는 것보다 인물의 감정과 행복이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했다."
- 방영 초반부터 '불륜 드라마'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는 무엇이었나.
"제작발표회 때나 기자간담회 때도 여러 차례 말했는데 이 관계를 불륜이라고 하면 더 이상 얘기의 진전이 없을 것 같다. 두 인간이 힘들고 지칠 때 다른 사람에게 위로 받고 배려 받으면서 생기는 관계, 갈등, 고민, 이런 것들을 그려가고 싶었던 거다. 예를 들면 '도둑들'이라는 영화를 두고 '도둑 이야기'라고 하면 더 이상 의미가 없지 않냐. 그런 거랑 마찬가지다. 불륜이라고 단정 지으면 더 이상의 논의는 의미가 없는 얘기가 아닌가. 또 불륜 조장이라고 하는데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들에게 있을 때 잘하라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도 나도 '더 잘 해야겠다', '소소한 부분도 신경 써야겠다'고 느끼기도 했고. 드라마를 도덕적인 잣대만 가지고 결론을 내버린다는 건 그 말이 틀리고 맞고를 떠나서 더 이상의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게 하는 것 아닐까."
- 제주도, 공항, 한강 둔치 등 유독 아름답게 그려진 장소들도 눈에 띄었다.
"이 드라마는 영상이 받쳐주지 않으면 삼류 치정극이 될 위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영상이 있어야 등장인물들의 감정들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공간이나 로케이션을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고 신경도 썼다. 작가도 그렇고 나도 흔히 접하는 공간들의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이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으면 그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했다."
- 극본을 집필한 이숙연 작가의 첫 드라마다. 주로 영화를 해왔던 이숙연 작가와 작업한 소감이 어떤가.
"아무래도 기존 드라마 작가하고 다르게 드라마 환경을 처음 경험하다 보니까 잘 모르는 것도 있더라. 대한민국 드라마 환경이라는 게 밖에서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치열하기도 하고 안 좋게 얘기하면 주먹구구식이기도 하다. 현장은 진짜 밖에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강행군이다. 어마어마한 노동 강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들이 많이 터지고. 그런 부분에서 이숙연 작가가 경험이 없다 보니까 직접 겪으면서 신기해하기도 했고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장점이었던 것은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미리 대본을 많이 확보를 했다는 점이다. 원래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하는데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그게 안 된다. 뒷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제작에 들어가는 경우가 태반인데 우리는 준비를 충분히 하고 제작에 들어갔다는 게 연출자 입장에서 큰 힘이 됐던 것 같다.
영화 작가라서기보다 이숙연 작가의 대사들 자체가 대단히 문학적이다. 이게 드라마 대사로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소설이나 수필에 가까운 대사들이 많았다. 어쨌든 드라마는 쉬워야하니까 이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어려운 대사라는 점에서 좀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반면 좋아하는 분들은 운치 있고 느낌 있다는 반응이 많이 보였었다."
- '공항가는 길'은 흔한 멜로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특징이었다. 연출자로서 가장 신경썼던 점은 무엇인가.
"단순히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눈이 뒤집혀서 정신을 못 차리는 이런 드라마하고는 또 다른 것 같다. 여러 가지 사회적인 담론이라던가 이 사회에 워킹맘들이 갖고 있었던 여러 가지 현실 문제들을 짚어보면서, 더 거창하게는 '가족, 부부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부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다시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물론 모든 상황마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결코 정답은 아니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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