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열린 '2017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가장 의외의 선택을 한 팀은 롯데였다.
올해 롯데의 연고지 부산의 투수 팜은 풍족했다. 2차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투수들이 대거 있었다. 비슷한 평가라면 연고지 선수를 뽑는 것이 팀과 선수에게 좋은 선택이었고, 그동안 롯데도 이런 선택을 해왔다.
이미 롯데는 1차 지명으로 부산고 괴물 투수 윤성빈을 뽑은 상황. 경남고 좌완 듀오 손주영(LG 1라운드)과 이승호(KIA 1라운드), 부산고 최지광(삼성 1라운드) 모두 1라운드 유력 후보였다. 롯데의 지명 순위는 3번째.
하지만 롯데의 선택은 투수가 아닌, 마산 용마고 포수 나종덕(18)이었다. 예상을 벗어나는 선택이었다. 손주영과 나종덕을 놓고 고민하던 롯데는 손주영이 LG의 선택을 받자 나종덕을 지명했다. 고교 최대어 포수 나종덕은 이렇게 롯데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의 고민은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강민호의 후계자를 찾는 것이다. 김준태와 안중열이라는, 남부럽지 않은 젊은 포수 백업층을 갖고 있었지만 모두 체격조건에 아쉬움이 있었다. 2015년 1차 지명 포수 강동관도 있었지만 성장이 더 필요하다. 또한 이들은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올해 경찰청에서 제대한 김사훈도 있지만 무게감이 약하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고, 부상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포수 포지션은 자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팀의 불안정성도 줄일 수 있었다. 롯데는 올시즌 8월 강민호가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불안정성을 체감했다. 강민호라는 존재감도 채우기 쉽지 않았다. 롯데가 1라운드에서 186cm 95kg의 건장한 체격조건을 가진 나종덕을 뽑은 이유다. 조원우 감독은 나종덕의 잠재력과 자질을 확인하기 위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합류시켰다.
나종덕은 마무리캠프에 참가하면서 프로 무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나종덕은 "선배님들과 캠프에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 캠프에 합류할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얘기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준비했다"며 프로무대 첫 훈련 합류에 대한 기분을 밝혔다.
현재 나종덕은 포수 수비와 기본기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나종덕은 "우선 방망이보다는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처음 야구 했을 때의 느낌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고치고 있다"며 캠프 훈련 상황을 전했다. 진정한 포수로서 거듭나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나종덕의 어깨와 장타력은 일품이라는 평가다. 나종덕과 함께 이번 롯데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신인 내야수 김민수는 "(나)종덕이는 펀치력이 대단하다. 초등학생 때 봤던 종덕이는 충격이었다. 목장갑을 끼고 홈런을 친 선수다"면서 "또 하나 종덕이의 무기는 강력한 송구다. 고등학교에서 2루에 송구 하는 모습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고등학생의 송구가 아니었다. 청소년대표 시합 때는 ‘앉아쏴’로 주자를 잡은 적도 있었다. 일어서서 던진 것 같이 정확했다"며 나종덕의 학창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펼쳐진 연습경기에서도 나종덕은 어깨를 과시하며 도루를 저지했다. 나종덕은 "경기 중 도루를 잡았었는데 안타를 친 것보다 그게 더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나종덕 역시 주위의 기대치를 알고는 있다. 하지만 내심 주위의 평가가 부담스러운 듯하다.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내 실력은 내가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나종덕이다.
그러나 이내 "열심히 훈련해서 실력을 키워 인정받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선배님들과 경쟁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지금은 선배님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배워서 더 성장해야 한다. 경쟁은 그 이후에 가능할 것 같다"면서 김사훈, 안중열, 김준태, 강동관 등 팀 선배들과의 경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나종덕이 원하는 포수의 모습은 어떨까. 그는 "포수는 투수에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투수가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어떤 공이든 다 받을 수 있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초고교급 대어 포수로 불린 나종덕. '포스트 강민호'의 후보로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