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토크]정성화 "뮤지컬? 열등감에서 절 해방시켜줬죠"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11.17 17: 08

"악역 전문 배우인 줄 알았다", "정말 못 돼 보이더라". 영화 '스플릿' 속 배우 정성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극 중 두꺼비 역을 맡은 정성화는 철종 역을 맡은 유지태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역 중의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악역 전문 배우'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이지만 사실 정성화의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그맨 출신 배우에게 강렬한 악역 캐릭터를 맡기기란 쉽지 않았던 걸까. 배우의 길을 걷게 된지 오래이지만 정성화는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해봤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정성화는 '스플릿'이 앞으로의 영화 인생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플릿'을 꼭 하고 싶었단다. 개그맨 출신 배우도 악역을 제대로 해 보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단다. 증명을 제대로 해 낸 것 같다며 뿌듯하다고 웃는 정성화의 얼굴에서는 흥분과 설렘, 그리고 안도감 등 다양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제작사에서 '스플릿'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제가 중요 캐릭터 네 명 중에 한 명이더라고요. 그래서 안 할 이유가 없었죠. 하하. 그리고 개그맨 출신 배우는 코미디만 잘 할 줄 알고 악역은 못 할 이미지인데 이렇게 기회를 주셨으니 목숨 걸고 해야죠. 앞으로 영화계에서 스텝을 밟으려면 증명해야 하는데 놀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기회였죠. 제가 나이를 점차 먹고 있기 때문에 뮤지컬 주인공이 앞으로는 체력적으로 힘들지도 모르니까 제 인생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어요. 이제는 영화쪽으로 인정받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죠. 시국이 이래서 관객분들의 마음이 광화문으로 가 있지만 영화 관계자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정성화가 해냈구나' 보시니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
'스플릿'을 꼭 두 번, 세 번 봐달라며 귀여운 애교를 부린 정성화는 극 중 두꺼비가 철종(유지태 분)에게 느끼는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하며 과거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했다. 이른 나이에 개그맨으로 데뷔, 때문에 절실할 시간도 없었단다. 개그맨이 됐지만 점차 도태되어 가는 자신의 모습에 열등감은 심해졌다. 군 제대 이후 드라마에 캐스팅 되며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했지만 금세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뮤지컬이 인생의 신의 한수였다. 
"개그맨이 되게 빨리 됐어요. 때문에 절실할 시간도 없었고 훈련을 해 볼 시간도 없었고 직업의 의미에 대해 고찰해 볼 시간도 없었어요. 밑천이 없으니까 자연스레 무슨 역할을 해야 될 지 어영부영한거에요. 그런 저에게 처음 다가온 건 실패였어요. 중간까지도 못 가는 사람이었죠. 개그맨 사이에서도 점점 도태가 됐어요. 군대에서 직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제대 이후 드라마에 캐스팅 되면서 또 마음가짐이 해이해지니까 내려오더라고요. 사람들한테 잊혀진다는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바에서 일을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보는 눈빛들, 그 눈빛들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러면서 열등감이 심해졌죠. 그런데 우연찮게 뮤지컬 만나게 돼서 희망을 본 거에요. 직업에 대한 철학과 사랑을 생각하게 됐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연기가 재밌었졌어요. 열등감으로부터 조금씩 해방이 됐죠. 물론 아직 열등감에 대한 버릇이 있긴 해요. 그렇지만 누군가의 눈빛 보다는 내 안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많이 나아가려고 합니다."
정성화에게 자극을 주는 배우가 있을까. '양꼬치엔 칭타오'로 유명한 배우 정상훈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동료이자 친구였다. "뜨더니 연락도 뜸해요"라며 너스레를 떤 정성화는 정상훈같은 친구가 있어 좋다며 변치않는 의리를 과시했다. 
"저한테 자극을 주는 배우는, 정상훈이요. 붙어다닌 게 10년이에요. 처음에는 제가 잘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친구가 더 잘되고 있죠. 서로 조언을 냉정하게 해주는 편이이에요. 물론 칭찬도 서로 많이 해주기도 하죠. 칭찬과 조언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 trio88@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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