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시네마]‘두 남자’, 아웃사이더와 메피스토의 트로이 전쟁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11.17 15: 00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 영화 ‘두 남자’(이성태 감독,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배급)는 마동석과 최민호(샤이니)라는 두 스타를 앞세운 비극적 누아르다.
아웃사이더는 사회 경제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는 사람, 즉 규범이나 사회 제도를 벗어난 비제도권에 속한 이를 가리킨다. ‘두 남자’는 각자 판이한 배경을 가졌지만 또 다른 이유로 철저한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었던 세 남자의 잘살고자 했지만 그 길이 결코 잘 살 수 없었던 노선이었음을 깨우쳐주는 현실적 ‘파우스트’다.
‘두 남자’는 참된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이런  영화가 자주 등장해야하는 당위성은 기존 영화계의 철저한 자본주의 구조적 독식배급방식이나 판에 박힌 정치적 역학관계가 만든 현실에 있다.

진일(최민호)은 연인 가영, 소년원에서 만난 친구 봉기, 봉기의 한 살 어린 연인 민경과 함께 용산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며 살아가는 가출청소년이다. 그들은 절도 등 닥치는 대로 범죄를 저지르며 그날 하루 배부르면 되는 ‘하루살이 인생’을 산다.
중학생 딸을 둔 형석(마동석)은 한때 강남에서 여러 개의 가라오케를 경영했을 정도로 잘나갔으나 친구의 꾐에 빠져 투자에 실패하는 바람에 변두리 불법노래방 사장으로 전락했다. 자신의 업소에서 불법 성매매를 시키기 위해 미성년자 도우미를 구하러 나섰다 가영을 만나고 방심하는 틈에 진일에게 외제차를 빼앗긴다.
진일이 외제차를 팔기 위해 중간상인과 접촉하는 데 나타난 이는 성훈(김재영). 재벌가 아들인 성훈은 극도로 잔인한 성격으로 주변사람들을 끌어 모아 각종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가던 중 조직원 한 명을 죽였고, 그걸 진일이 고발해 수감됐지만 부모의 ‘빽’으로 금세 풀려난 뒤 배신의 단죄를 위해 진일을 찾아 나선 것.
진일은 차를 버린 채 성훈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벗어나지만 형석의 손에 잡혀 2000만 원의 차용증에 사인하고 가영은 그 담보로 노래방에서 일하게 된다. 진일은 가영을 구해내기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다 형사들에게 붙잡힌 뒤 승진을 갈구하는 형사들에게 형석을 미끼로 내던진다.
형석은 동생들을 동원해 성훈을 잡아내 차를 회수하지만 며칠 뒤 오히려 자신의 집에 쳐들어온 성훈에게 협박을 당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이렇게 서로 물고 물리는 세 남자의 내일이 불투명한 진흙탕전쟁이 본격화된다.
진일은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나를 꾀어 도망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에 격분한 메넬라오스가 그리스를 움직인 끝에 영웅 아킬레우스를 전장에 끌어들여 결국 트로이를 멸망케 한 그리스신화를 살짝 차용한 느낌이다.
그리스신화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남긴 황금사과를 두고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 등 세 여신이 다툼으로써 발생했다고 전한다. 이 황금사과는 인간의 지나친, 혹은 비뚤어진 욕망의 상징이다.
‘두 남자’는 제목과 달리 주인공이 세 남자다. 그들은 모두 어긋난 욕망 때문에 자멸한다. 형석은 강남의 유흥주점 부자를 뛰어넘는 사업가가 되기 위한 욕망, 진일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못한 맹목적인 사랑, 가장 많은 것을 가진 성훈은 악마적 질주욕구 탓에 각각 황금사과를 덥석 물었다.
진일은 아버지를 사고로 여의고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는 큰아버지 슬하에서 자라 정비기술을 익혔지만 아버지의 사망보험금 3억 원을 놓고 큰아버지와 갈등하다 그게 싫어 뛰쳐나와 그 기술로 절도를 하며 살아왔다. 큰아버지와의 갈등은 방황의 근거는 될 수 있을지언정 범죄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가영이란 헬레나를 향한 눈먼 집착이 스스로를 망가뜨렸다. 파리스처럼.
성훈은 자신의 수하에 둔 나이 많은 형들에게 존댓말로 정중하게 사과할 것을 명령하곤 그걸 비웃는 잔인한 악마다. 부모가 가진 권력과 재력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가운데 죄책감이라곤 눈곱만큼도 느끼지 못한 채 알 수 없는 분노의 표출을 향해 과속질주한다.
성훈의 밑에서 일하다 무간지옥을 본 뒤 그를 밀고한 진일은 파우스트고, 성훈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는 신들과 자연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마르게리트를 구원해달라고 간구한 뒤 지옥으로 떨어졌다.
영어제목 ‘Derailed’, 즉 탈선은 현 시점에선 꽤 의미심장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30일 개봉. /ybacchus@naver.com
[칼럼니스트]
[사진] ‘두 남자’ 포스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