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SK 팀 내에 ‘올해의 신인상’이 있다면, 아마도 김주한(23·SK)은 가장 첫 머리에 뽑힐 만한 선수가 될 것이다. 대졸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했던 구단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대졸 투수라고 하더라도 프로 데뷔 첫 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요즘 흐름에서 쉽지 않다. 그러나 김주한은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시즌 중반 힘이 빠지기 시작한 SK 불펜에 혜성처럼 등장, 39경기에서 3승1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59⅓이닝을 소화하며 팀 내 핵심 불펜 요원으로 자리 잡았다. 1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체력까지 과시하며 팀에 힘을 보탰다.
프로 첫 해에 이룬 것이 적지 않았다. 첫 승도 했고, 첫 세이브도 경험했다.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시즌일 법하다. 김주한도 이를 인정한다. 김주한은 “올해 목표가 1군에 한 번이라도 등록되는 것이었다. 아닌 말로 그게 안 되면 군 문제부터 일찍 해결할 생각이었다. 일단 1군에 등록된 자체가 좋았다”고 웃는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점수는 짜다. 김주한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올 시즌을 평가해달라”는 식상에 질문에 “50점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욕심 때문이다. 김주한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외부에서 성적이 좋다고 해주셔도 만족 못하고 있다. 조금 더 잘 던져서 평균자책점도 내렸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신인이든 FA든 10년차든 기록은 그것과 상관 없이 남는다. 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점수가 짜지 않을까”라고 냉정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SK의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서 나머지 50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김주한은 올해 1군에서 59⅓이닝, 2군에서 26이닝을 던졌다. 합치면 85이닝 남짓이 된다. 김주한은 “피로도가 없다는 거짓말일 것이다. 어떻게 피로도를 풀어야 할지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 다만 최대한 부상 방지에 힘을 쓰고 있고, 웨이트와 보강 운동도 열심히 한다. 코치님들도 알아서 잘 해주신다”라면서 “그래도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마음은 편하다”고 다시 미소 지었다.
휴식과 더불어 기술 및 체력적인 문제에도 욕심이 많다. 김주한은 올해 좋은 위력을 발휘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커맨드는 부족하다는 게 김주한의 생각이다. 슬라이더도 더 날카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또한 중반 이후 체력 저하도 반성 중이다. 김주한은 “초반, 그리고 막판에 던졌던 것을 다 분석했다. 폼을 봤는데 차이가 나더라. 상체가 빨리 서고, 힘이 달렸다. 구속도 떨어졌다”면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SK는 내년에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로 새 판을 짠다. 물론 일본 경험이 풍부하지만, 힐만 감독이 미국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유형의 투수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주한도 “그런 걱정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 눈도장을 받으려고 한다. 김주한은 “보직은 진짜 신경 쓰지 않는다. 중간에 올라가든, 선발에 올라가든 잘해야 한다. 1군에 남아있다는 게 목표”라면서 “신인 때 했던 것처럼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이곳에 왔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50점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귀국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