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도환의 꿈, "가늘더라도 길게 야구하고 싶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17 10: 25

2년 연속 마무리캠프 참가한 허도환
"한 번 더 기회, 오래 야구하고 싶어"
"수염 깎을 힘도 없다".

한화 포수 허도환(32)이 웃는 낯으로 우는 소리를 했다. 시즌이 끝난 뒤 일본 미야자키에서 교육리그-마무리캠프로 고된 일정을 걸어오고 있는 허도환은 면도를 하기도 힘들 만큼 지쳐 있었다. 그런데도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팀 훈련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허도환은 올 시즌 1군과 2군을 오가며 풀시즌을 보냈다. 정규리그가 종료되자마자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까지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규시즌·교육리그·마무리캠프를 빠짐없이 소화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가 허도환이다. 그럼에도 중간에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버텨내고 있다.
허도환은 "몸은 힘들지만 감독님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 것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훈련하고 있다. 다른 팀의 잘하는 포수들에 레벨을 맞추기 위해 더 큰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며 "교육리그에선 일본 포수들의 볼 배합을 밤마다 영상으로 찍어 분석했다. 우리나라보다 선진야구이기 때문에 2군 선수들이라도 공부가 된다. 마무리캠프에선 타격 위주로 한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허도환의 스윙이 달라졌다. 공을 때리는 순간 손목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그의 타격에 주목했다. 통산 타율 2할1푼, 올해 타율 2할1푼8리를 기록하고 있는 허도환은 안정된 수비에 비해 타격이 늘 아쉬웠다. 타격이 향상된다면 시즌 막판처럼 주전 포수로 마스크를 쓸 날이 많아질 것이다.
허도환은 "시즌 막판 팀 전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끈함을 보여줬다. 내년에도 이것을 잘 이어가기 위해선 시즌 초반부터 잘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포수들이 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인성이형과 (차)일목이형을 뒤에서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를 하는 것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1~2013년 넥센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올스타 베스트에도 뽑힌 허도환이지만 지금 그가 꾸는 꿈은 어찌 보면 소박해 보인다. "FA는 신경 쓰지 않은 지 오래 됐다. 그보다 한화 구단에서 가늘더라도 길게 가고 싶다. 나중에 내 나이의 또래 선수들이 아무도 없을 때까지 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포수는 오랫동안 야구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열심히 훈련을 하는 것이다"는 게 허도환의 진심 어린 속내다.
화려하진 않지만 팀에 없어선 절대 안 될 감초 같은 선수가 허도환이다. 1군과 2군을 오가며 팀에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키고 있다. 고되고 지루한 훈련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허도환이 있어 한화 캠프도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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