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터뷰] ‘마지막 타자’ 김웅빈, 끝이 아닌 시작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17 05: 40

넥센과 LG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지난 10월 17일. LG가 5-4로 1점을 앞서 있는 가운데 넥센은 9회 2사 상황에서 대타를 냈다. 타석에 들어가라는 사인을 받은 선수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아닌, 올해가 1군 첫 해인 김웅빈(20·넥센)이었다.
모두가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지만, 결과적으로 김웅빈은 올 시즌 넥센의 마지막 타자가 됐다. 삼진을 당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웅빈은 “홈런을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라고 떠올렸다. 2사 상황이니 연속 안타로 득점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최대한 장타를 생각했다는 것이다.
비록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 마지막 타석은 김웅빈의 야구 인생에 좋은 밑거름이 됐다. 김웅빈은 자신이 그 상황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만들지 못한 것을 자책하면서도 “그런 경기에 뛰어봤으니 일단 좋았고, 경험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15년 SK의 2차 3라운드(전체 27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문한 김웅빈은 올해를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SK가 내심 아쉬워한 지명이었다. 그런 김웅빈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더니 결국 1군의 문턱까지 뚫었다. 퓨처스리그 81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 5홈런, 43타점으로 가능성을 내비쳤고, 1군 10경기에서도 타율 4할2푼9리, 1홈런을 기록하며 향후 미래를 기대케 했다.
그런 김웅빈에게 2016년은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이 벌어졌던 시기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1군 콜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웅빈은 “이천 LG전이었는데, 당시 폭염으로 경기가 콜드게임 처리됐다. 그런데 갑자기 1군에 합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서울로 이동하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출전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시즌 막판 합류해 포스트시즌까지 뛰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 김웅빈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로 마무리됐다.
어쩌면 다음 시즌 구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웅빈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김웅빈은 “1군에 있으니 경기에 뛰지 않아도 도움이 됐다.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확실한 1군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목표는 내년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수비를 강조했다. 수비가 되어야 백업이라도 1군에서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되고 있는 넥센의 마무리캠프에서도 수비에 치중하고 있다. 보통 수비훈련은 많은 선수들이 지루해한다. 방망이를 치는 것에 비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김웅빈은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수비훈련에 더 재미를 느꼈다”라면서 “훈련을 하면 결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관련 동영상도 많이 본다.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가 롤모델이다”라고 말했다.
장정석 신임 감독은 이런 김웅빈의 성장세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렇다 할 주문은 아직 하지 않았다는 귀띔이지만 김웅빈을 다양한 수비 포지션에서 훈련시키며 적응 기회를 주고 있다. 김웅빈은 “감독님께서 다른 특별한 말씀은 안 하셨는데 살을 찌우라고 말씀하셨다. 현재 86㎏인데 92㎏까지 늘리라고 하시더라. 체중 문제가 힘들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근육량으로 체중을 늘리고, 순발력 운동을 겸하고 있다”며 다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며 내년에는 첫 타자로 다시 팬들 앞에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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