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장’ 조용호-정진기, SK 외야 반란 이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17 10: 00

SK의 외야에 총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외야에 적잖은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경쟁자들이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기세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호(27)와 정진기(24)가 그 주인공이다. 코칭스태프의 시선도 두 선수에게 쏠리고 있다.
SK는 16일 MLB에서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대니 워스(31)의 영입을 발표했다. 올해 팀의 주전 유격수를 봤던 헥터 고메즈의 몫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외야 외국인 선수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평가도 있었기 때문. 아예 강타자를 영입해 팀의 홈런 파워를 극대화시키는 방향도 내부적으로 논의는 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외국인 야수는 내야수였다.
워스가 좋은 활약을 펼쳐줄 것으로 기대되는 점, 외야수들이 양적으로는 결코 부족하지 않고 반등이 기대되는 선수도 있다는 점이 폭넓게 고려된 선택으로 풀이된다. 또한 조용호와 정진기의 상승세가 외야의 선수층을 더 두껍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녹아 있다. 그만큼 두 선수는 좋은 페이스로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를 달려 나가고 있다.

조용호는 올해 퓨처스리그(2군) 최고의 타자였다. 1군에는 아쉽게 올라오지 못했지만 86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41타점, 31도루, 출루율 4할4푼1리를 기록했다. 2군 성적이라고 해도 인상적인 수치였다. 정진기는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군에 가기 전보다 훨씬 더 체격이 좋아져 오래간만에 그를 본 코칭스태프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타격에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이라 흥미롭다. 조용호는 출루율이 높은 스타일이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2군에 있을 때는 잘 보지 못했는데 우리 팀에 부족한 유형의 선수다. 결코 쉽게 죽는 법이 없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타자”라고 평가했다. 정진기는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다. 정 코치는 “힘이 좋다. 흔히 말해 하드웨어 등 그릇이 좋은 선수다. 공·수·주를 모두 갖추고 있다. 타격폼을 조금 바꾸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순조롭다. 충분히 장타를 날릴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여기에 두 선수 모두 발이 빨라 코너 외야는 물론 중견수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용호는 “올해 코너 외야를 봤는데 나에게는 차라리 중견수가 편하다”라고 했다. 정진기 또한 “입대하기 전 2군 경기에서는 중견수를 봤었다. 지금은 코너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지만 중견수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경험적인 측면에서 좀 더 보완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두 선수가 1군 경쟁에 합류한다면 SK의 외야는 더 북적이게 된다. SK의 지난해 주전 외야 라인업은 왼쪽부터 이명기 김강민 정의윤으로 출발했다. 여기에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을 틈타 김재현이 치고 나왔고, 베테랑 박재상이 쏠쏠한 활약을 했다. 또 다른 베테랑 조동화는 물론 김동엽 이진석 등 다른 젊은 외야수들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을 정도였다. 여기에 한동민 김도현이 제대했고, 조용호와 정진기까지 가세하면 대략 10명 정도가 1군행을 놓고 다투게 된다.
선의의 경쟁으로 인한 전략 상승 효과는 물론 이제 30대 중반이 된 기존 베테랑 선수들의 뒤를 이을 세대교체의 후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다. 물론 아직은 1군 경험이 있는 기존 선수들이 이들에 비해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고시마 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는다면 전장을 플로리다나 오키나와까지로 확장시킬 수 있다. 캠프 명단을 놓고 한바탕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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