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애써 착잡한 표정을 감추려 했다. 안타깝지만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화는 지난 15일 육성군 박상열 투수코치와 이홍범 트레이닝코치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이 소식은 16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시즌을 마친 뒤 4명의 코치가 자발적으로 팀을 떠났지만 박상열 코치와 이홍범 코치는 구단이 먼저 계약 포기 의사를 전했다. 한마디로 해임 통보였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두 코치의 해임 소식을 당사자들에게 전화통화로 들었다. 김 감독은 16일 "구단에서 결정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두 코치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더라"며 "시기상으로 조금 더 빨리 결정됐으면 좋았을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팀을 알아볼 시간이 촉박해졌기 때문이다.
박상열 코치와 이홍범 코치는 김 감독과 인연이 오래 됐다. 김 감독이 OB를 이끌 때 선수로 활약했던 두 사람은 코치가 되어 태평양-쌍방울-LG-SK 그리고 고양 원더스까지 김 감독을 보좌했다. 지난 2014년 시즌을 마치고 김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을 때도 두 코치가 따라왔다.
그러나 김 감독의 계약기간 마지막 해인 내년 시즌은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우수선수 육성이 팀의 최대 목표다. 서산의 선수단 관리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이번 조치는 그런 측면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한 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구단의 설명대로 박 코치와 이 코치는 선수단 관리에 있어 문제를 드러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선수 대리운전 문제뿐만 아니라 지도 방식에 있어서도 선수들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 서산 육성군 선수들의 말 못할 고충들이 있었고, 이를 인지한 구단에서도 해임을 하게 된 것이다. 갑작스런 결정은 아니다.
두 코치의 해임으로 김 감독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한화는 박종훈 신임단장을 선임하며 현장과 프런트의 이원화 운용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마무리캠프가 막판으로 향하고 있지만 새로운 코치 영입이 전혀 진척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도 의견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여러모로 한화의 불안불안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