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내야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박승욱(24)은 16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팀의 유망주 캠프 도중 달갑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바로 팀이 새 외국인 타자로 내야 자원인 대니 워스(31)를 영입했다는 소식이었다.
SK의 내야 중 3루는 최정, 2루는 김성현이라는 확고한 주전들이 있다. 유격수 포지션이 문제였는데 구단도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박승욱 등 미래 자원들을 키우느냐, 아니면 확실한 즉시 전력감을 영입하느냐의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유격수를 언제까지 외국인 선수로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1년 더 내야 외국인을 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비싼 돈을 들여 뽑아온 외국인 선수에게 먼저 기회가 갈 가능성은 높다. 구단 내부에서 팀의 ‘차세대 유격수’로 손꼽는 박승욱으로서는 악재다. 공식 계약 소식을 전해들은 박승욱은 “약간 사기가 떨어졌다”라고 농담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다부지게 이야기했다. 구단도 박승욱의 잠재력과 가치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확실히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데뷔 당시부터 대형 내야수감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박승욱은 올해 중반 공익근무를 마치고 1군 무대까지 진입했다. 선수 스스로가 공익근무 기간 동안 몸을 잘 만들었고, 그 결과 예상보다 일찍 1군에 올라갈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의 부진 기간 중에는 주전 유격수로 뛰기도 했다. 실수도 했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적응기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36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 3홈런을 기록하며 SK의 기대가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박승욱은 “그래도 1군에 와서 조금이라도 뛴 덕에 전체적인 야구의 흐름을 볼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체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다”고 만족스러웠던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모두 짚었다. 그런 박승욱은 타격보다 수비와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박승욱의 타격은 굳이 건드릴 것이 없다. 웨이트를 열심히 해서 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재능 하나는 탁월하다.
박승욱은 “수비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유격수는 물론 3루에서도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포지션을 소화해보는 것이 좋다는 게 코치님들의 판단인 것 같다. 3루 수비도 의욕적으로 하고 있다”라면서 “항상 송구 부분이 문제였는데 송구 때 1루 베이스와 어깨가 정렬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코치님들과 여러 가지 방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힐만 감독님께서도 섬세한 플레이를 주문하신다”고 캠프 주안점을 설명했다.
올해도 1군 백업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박승욱은 좌절하지 않는다. 묵묵히 할 일을 하다보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박승욱은 시즌 막판 고메즈와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봤던 기억도 있다. 그런 박승욱의 최종 목표는 독하다. 박승욱은 “2018년부터는 팀이 외국인 선수를 내야수로 뽑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는 SK가 진정으로 바라는 그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기대가 걸린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