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터뷰] ‘타격폼 변경’ 김동엽, 거포의 진화는 계속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16 13: 00

“작년에 여기 왔을 때는 사회인 야구 4번 타자의 폼이었어요”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팀의 차세대 거포 기대주로 손꼽히는 김동엽(26)의 작년 이맘때 모습을 회상하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미소를 짓는다. 해외파 유턴 케이스인 김동엽은 탁월한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엉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이너리그에 있으면서 체계적인 코칭을 받지 못한 영향이 컸다. 선수들이 워낙 많은 미국에서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조언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부상 때문에 고생한 전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달 정도 진행된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부터 차례차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밝은 미래를 기약했다. 그리고 이제 김동엽은 SK의 야수진 전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2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끝에 시즌 중반 1군에 올라온 김동엽은 57경기에서 타율 3할3푼6리, 6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비록 57경기에서의 성적이기는 하지만 장타율도 0.517이었다. 사회인 야구 4번 타자의 엉성함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런 김동엽에게 가고시마는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기억될 법하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SK의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 참가한 김동엽은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정경배 코치와 상의해 타격폼을 바꿨다. 레그킥을 하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노스텝으로 치고 있다. 다리를 더 벌렸다. 정 코치는 “마음 먹고 치면 비거리가 150m가 나온다. 하지만 120~130m 정도만 쳐도 된다. 워낙 힘이 좋은 선수라 노스텝으로도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도를 높이고 변화구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의도다. 김동엽은 새로운 폼에 대해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좋다”라며 순조로운 변화를 이야기했다. 김동엽은 “어렸을 때부터 정확도가 좋지 않다는 말은 안 들었다. 컨택에 대해서 스스로는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구단에서 원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더 많은 장타를 원한다. 그런 점을 더 보완해서 내년에는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년간 많은 경험을 한 까닭일까. 김동엽은 많은 것을 느낀 한 해였다고 2016년을 총평한다. 김동엽은 “강화도에 있을 때는 시간이 진짜 안 가더라.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고, 끝나고 보니 1년이 금세 지나갔다. 어쨌든 1군에서 끝맺음을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라면서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타격·수비·주루 등 모든 부분에서 실수를 다 해봤다. 홈런을 더 많이 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힘에 비해 장타도 부족했다. 그게 아쉽고 가고시마 캠프에서 이를 중점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에도 재미가 붙었다. 김동엽은 “지난해에는 수비는 시키는 것만 했었다.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고 잘 되지 않은 부분도 많아 낙심하기도 했다”라면서 “올해는 ‘해보자’라는 의욕을 가지고 하니 재미가 있고 귀가 기울여진다. 수비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진다. 오히려 타격 훈련이 힘들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SK는 현재 포지션 구도상 김동엽이 외야로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김동엽도 반쪽 선수로는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발판을 만든 만큼 내년 목표도 조금은 크게 잡았다. 김동엽은 “포스트시즌에 갔으면 잊지 못할 한 해가 됐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 올해는 벌써 다 잊었다”라고 자세를 고쳐 잡으면서 “우리 선수들의 개인 능력은 다 좋다고 생각한다. 나도 팀에 융화돼 홈런 20개를 치는 것이 목표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시즌 내내 1군에 있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러면 성적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가고시마에 오는 것이 낫다. 완벽해질 때까지 매년 오고 싶다”라는 김동엽의 욕심이 자신을 그 목표로 이끌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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