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풍자 넘어 위로, ‘무도’가 시국 논하는 법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16 11: 26

새삼스럽지 않다. ‘무한도전’이 이 시국에 언제나 그래왔듯이 정치 풍자를 하고 있고, 현실 개탄을 넘어 따뜻한 위로와 발전적인 미래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몸을 사리지 않고, 언제나 그렇듯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금 이 시점 시청자들에게 위안이 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시국을 이야기하고 있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의 본분을 다하면서도 표피적인 흥미만 자극하지 않고 있다. 이 세상에 대한 이야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을 다루면서 국민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이름값이 붙은 ‘무한도전’. 그래서 요즘 봇물처럼 쏟아지는 사회와 정치 현안에 대한 풍자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중의 속을 확 뚫어주는 날카로운 일침뿐만 아니라 중의적으로 위로를 안기고 있기 때문. 일단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쉽사리 접할 수 없는 우주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우주 특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사태에 대한 풍자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다른 예능프로그램이 평상시 다루지 않을 때도 이 프로그램은 이 세상 모든 현안에 대해 시의적절한 일침을 던졌다. 날카롭고 함축적이어서 또 다른 흥미가 있었던 자막은 ‘무한도전’의 상징이었다.

이번에도 “내가 이러려고 지구에 왔나”, “상공을 수놓은 오방색 풍선”, “요즘 뉴스 못 본 듯”,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등 시국을 꼬집는 자막이 답답함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리게 했다. 배설의 쾌감, 그리고 공감을 자극했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무한도전’은 시름에 빠져 있는 대국민을 상대로 위로까지 했다. 분명히 시작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공동체적인 연결고리를 단단히 하는 역사 교육이 기획의도였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역사 특집은 어디 기댈 때 없고 괜시리 좌절하게 만든 국정 농단 사태의 후유증을 감싸는 방송이 됐다.
과거, 현재, 미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역사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을 알고 더 밝은 미래를 꾀할 수 있다는 것. 국격이 무너졌다며 분노를 넘어 큰 상처를 입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힙합을 통해 역사를 바로 알자는 ‘무한도전’의 역사 특집인 ‘위대한 유산’의 아무도 예상 못한 긍정적인 나비효과였다. 진정한 지도자인 세종대왕의 뭉클한 한글 창제 업적은 안방극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헛헛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시청자들에게 지도자의 품격과 역할을 생각하게 되는 배움의 장이자 절망을 딛고 앞으로를 생각하게 되는 용기와 위로로 다가왔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로잡고 미래를 내다보고 세우게 되는 것, 그 역사 속에 숭고한 조상들을 마주하며 자긍심을 갖게 된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다. ‘무한도전’이 또 다시 엄청난 영향력을 좋은 공익적인 의도로 활용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에 보답한 책임감 있는 방송을 만들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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