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 불펜’을 자랑했던 SK 불펜은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가 서진용(24)이라는 것에는 큰 이견들이 없다. 2011년 SK의 1차 지명을 받았고, 장기적으로는 팀의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포크볼의 조합은 이미 많은 관계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트레이 힐만 SK 신임 감독도 가고시마 캠프에서 서진용의 불펜 피칭을 본 뒤 주위 관계자들에게 “좋은 공을 던진다”라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힐만 감독 체제에서도 서진용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서진용은 “나는 아직 보여준 것이 별로 없는 선수”라고 자세를 낮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1군에서 풀타임을 한 번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무 제대 후인 2015년 1군에 데뷔한 서진용은 18경기에서 21⅓이닝을 던진 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예상보다 빨리 돌아오기는 했으나 어쨌든 수술 여파 때문에 올해도 25경기에서 26⅔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아직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셈이다. 기대치와는 다른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진용의 내년 목표는 자연히 ‘1군 풀타임’으로 정해졌다. 서진용은 “상무 시절에도 팔꿈치가 좋지 않아 이닝은 관리를 해주셨다. 내년에는 풀타임으로 뛰면서 60~70이닝은 던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 준비 단계인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서진용은 풀타임을 소화할 만한 체력과 구위를 만들기 위해 의욕적으로 덤벼들고 있다.
시즌이 끝난 뒤 피칭을 하지는 않았던 서진용이지만 가고시마에서는 다시 투구를 재개했다. 첫 날부터 20개 정도를 던지며 시즌 마무리를 시작했다. 오랜 기간 자신을 괴롭혔던 팔꿈치를 깨끗하게 정리한 것도 심리적인 위안이 된다. 서진용은 “관리하고 조절해서 던지니 아프고 그런 건 못 느끼겠다. 멀쩡한 것 같다”라면서 “최상덕 코치님께서 특별히 말씀 하시는 부분은 없다. 다만 기본기부터 시작해서 쉬우면서도 도움이 많이 되는 운동을 많이 시켜주신다”라고 고마워했다.
새 구종 장착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자, 즐거운 부분이기도 하다. 서진용은 패스트볼과 포크볼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구종 하나를 더 장착하려고 노력해왔다. 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가 모두 후보였다. 하지만 최근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눈 뒤 슬라이더보다는 투심패스트볼을 먼저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진용 특유의 빠른 공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려는 레퍼토리다.
서진용은 이에 대해 “슬라이더는 계속 연습을 했는데 코치님들과 이야기를 했다. 빠른 공에서 투심 쪽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시더라. 슬라이더는 제구가 안 돼 걸리면 큰 타구가 많이 나온다. 슬라이더는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는 점도 고려했다”라면서 “피칭하면서 투심을 던지고 있는데 처음 던진 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하시더라. 서클체인지업도 해보고 커브도 해보고 여러 가지 연습은 계속 하고 있다. 하나만 더 장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캠프의 과제를 뽑았다.
서진용은 “패스트볼 구위를 좀 더 끌어올려야 하고, 제구력도 보완해야 한다. 세트포지션에서도 좀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쉴 새 없이 자신의 보완점을 손꼽았다. 하지만 쉴 때는 확실하게 쉬면서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서진용은 “12월에는 아예 팔을 확 쉬게 하려고 한다. 공을 많이 안 던지게끔 조절할 것”이라고 구상을 설명했다. 차분히 내년 준비에 들어간 서진용이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