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터뷰] ‘악몽 탈출’ 김성민의 야구가 다시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16 06: 00

김성민(22·SK)은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렸다. 한창 뻗어나가야 할 시기에 1년 가까이 야구를 하지 못했던 시련도 겪었다. 어린 나이에 상처가 컸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김성민은 “혼자 있으면 이상한 생각만 들었던 시기”라고 당시를 담담하게 떠올린다.
그런 김성민은 이제 “행복하다”라고 활짝 미소 짓는다. 예전의 좋지 않았던 기억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제 홀가분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성민은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SK의 유망주 캠프에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아직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자의든 타의든, 힘든 시기를 겪은 것은 사실이다. 김성민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변명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김성민은 “사실 과거는 그렇게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다”라면서 “야구를 하지 못했을 때도 학교에 나가서 운동을 했다.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있으니 그 기억들을 잊는 데 도움이 됐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방황의 시기였지만 앞으로의 인생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성민은 “그 시간 동안 어디 가면 무조건 웃는 버릇이 생겼다. 힘든 척을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그랬다. 성격도 일부로 조금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라면서 “조금 많이 돌아오기는 한 것 같다. 그래도 알찬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좋은 수업을 받았다고 여기고 싶다”고 재출발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제대로 야구를 하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기에 의욕도 누구보다 강하다. 김성민은 “사실 고등학교 때 잠깐 잘한 정도다. 하위 라운드로 밀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좋은 순위로 SK에 들어왔다”라면서 “모든 것이 재밌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선배님들이 잘 도와주신다. 무엇보다 홀가분하다. 지금까지는 아마추어 야구를 했다면, 프로에서는 어떻게 융화해서 잘 적응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여파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회복된 상태다. 김성민은 “빨리 팀에 합류해서 재활을 했고, 이제 다 나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마무리캠프에서는 피칭도 하고 있다. 구속은 확실하게 재보지는 않았는데 140㎞대 초반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면서 “밸런스가 조금 맞지 않는 느낌은 있는데 교통사고 여파로 아픈 것은 이제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몸이 아프지 않으니 페이스는 금방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성민은 “승부욕이 강하다보니 오버 페이스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것만 잘 절제하면 내년 시즌 전까지는 원래 궤도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면서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1군에 빨리 들어가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고, 구위도 살리고 싶다. 지금도 조금 욕심을 내는 감이 없지는 않은데 슬라이더도 보완하고 싶다. 마무리캠프의 과제들”이라고 차분하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김성민을 바라보는 구단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SK는 좌완 불펜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김성민을 예상보다 일찍 지명한 이유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은 물론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유망주 캠프에 신인으로서는 드물게 합류한 것도 기대감을 말해준다. 제춘모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도 “전체적으로 괜찮다. 훈련도 열심히 한다”라면서 지켜보고 있다.
김성민은 “나는 과거가 있다”라고 했다. 논란에 대해 굳이 피해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성숙해진 느낌이 있다. 김성민은 “야구 선수는 결국 야구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정답인 것 같다”라면서 “항상 야구장에 오면 야구가 재밌고, 최선을 다한 것이 전부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새 출발의 각오를 대변했다. 잠시 멈춰있었던 김성민의 야구 시계가 다시 흘러가고 있다. 그 시계가 힘차게 돌아갈수록 아팠던 기억은 더 빨리 지워질 수 있을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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