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불면의 밤’ 장정석 감독의 이유 있는 자신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16 05: 55

엄청난 기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국내에서 딱 10자리밖에 없는 프로야구단 감독의 명예가 눈앞이었다. 그러나 선뜻 손을 내밀기는 쉽지 않았다. 자신이 과연 프로야구단 감독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문에 좀처럼 명쾌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팀의 마무리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장정석 넥센 신임 감독은 감독직을 제안 받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장 감독은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웃으면서 “‘내가 과연 감독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 때 이장석 넥센 대표가 설득에 나섰다. 장 감독은 “긴 시간 동안 면담을 하면서 용기도 주시고, 믿음도 보여주셨다. 허락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프로야구 감독직은 현역 시절 많은 경력을 쌓은 선수가 지도자로서 충분한 연수를 거친 뒤 승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사실 조금의 운도 따라와야 한다. 장 감독의 선임은 그런 측면에서 의외, 혹은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현역 은퇴 후 코치가 아닌 프런트로 야구단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코치 경력이 없는 장 감독이 선수단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이다.

장 감독도 이번 선임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러다보니 고민도 많아졌다. 장 감독은 “부담스러운 자리임은 분명하다. 요즘에는 여러 생각에 잠을 제대로 못잘 정도다. 운영팀장 당시보다 훨씬 더 힘들다”라면서 “설레는 부분도 있지만 시작점에서 책임감도 느낀다. 확실히 ‘감독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즘”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자신감도 있다. 그렇다고 장 감독 개인의 능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은 아니다. 장 감독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선수 위주로 운영을 하겠다”라고 오히려 철저히 자신을 낮춘다. 자신감의 배경은 자신을 도와줄 만한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주변에 훌륭한 코치들이 있고, 좋은 프런트가 있다. 주변에서 워낙 잘 도와주셔서 든든하다”라면서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다. 선수층은 좋고 전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행복할 정도”라고 힘줘 말했다.
감독이 모든 것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닌, 코칭스태프·선수·프런트가 한 곳에 모여 나아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 감독은 “피로도를 잘 평가해서 부상 관리를 해주고, 선수단을 잘 관리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휴식 시간도 잘 챙겨주고, 부상 없는 시즌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또한 편안하게 하되,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온 가족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포트가 좋기 때문에 선수들만 뭉치게 하면 좋은 성적이 날 것이다”고 팀 분위기와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고시마 캠프는 그런 장 감독의 성향이 잘 묻어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멀리서 지켜보는 편이다. 평소 놓쳤던 부분을 더 잘 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코칭스태프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많은 권한을 실어주겠다는 자신의 야구 철학과도 부합한다. 대신 아직 어린 선수들에게 다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심리적인 부분은 확실하게 관리하고 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장 감독은 모든 이들과 합심해 새로운 길을 닦기 시작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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