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 SK 신임 감독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짧은 시간에도 팀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파악은 벌써 끝낸 모습이다. 이제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본격적인 처방이 시작되고 있다.
11일 공식 취임식 후 곧바로 팀 유망주 캠프가 열리고 있는 일본 가고시마에 합류한 힐만 감독은 열정적인 모습으로 구단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적응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며 성향을 파악한다든지, 베이스러닝 훈련 때는 세밀한 부분을 지적하며 직접 1루 베이스에 서 있기도 했다. 열린 마음으로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 또한 호평 일색이다.
그런 힐만 감독은 현재 팀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힐만 감독은 “현재는 특정 선수들을 눈여겨 보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구단이 어떤 구조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더 신경 써 살펴보고 있다”라면서 “전반적으로 훈련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은 만족스럽다. 연습량이나 휴식이 적절하게 조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칭스태프도 외국인 감독이라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편이라 놀랍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하게 짚고 있다. 힐만 감독은 SK의 단점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주로 야수 쪽이다. 우선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다. 팀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떨어지는 출루율이다. 일관성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다. 세 번째는 실책과 주루 플레이와 같은 세밀한 지점이다.
힐만 감독은 “작년에는 전체적으로 일관성과 경기력 유지에 다소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잘할 때와 못할 때의 차이가 있었고, 집중력도 매일 유지해야 한다”라면서 “출루율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팀에 장타자들이 많지만 그 기조 속에서도 사사구를 더 많이 얻고, 출루율을 높이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수비에도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책수는 과제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실제 SK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직접적인 원인들로 뽑힌다.
진단을 내린 힐만 감독은 서서히 팀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일단 현재는 코칭스태프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최적의 보완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단계다. 힐만 감독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서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코칭스태프와 충분히 논의를 했다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하고, 많은 것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도 조언을 구했다. 이런 과정이 전체적인 우리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단계에서는 수비와 주루부터 확실하게 다지고 있다. 힐만 감독은 “간단한 수비 연습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부분을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공을 잡고 던지는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즐겁게 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건의하고 실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 힐만 감독이 부임한 이후 SK의 수비 훈련은 조금씩 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풍부한 MLB식 훈련 노하우를 가진 힐만 감독의 가세가 만들어낸 변화다.
또한 힐만 감독은 주루 플레이도 강조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장타자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빠른 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도루 성공률이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좀 더 공격적으로 주루를 하게 강조할 것”이라고 전략을 드러냈다. 현재 선수들에 대한 선입견이 거의 없는 힐만 감독 체제에서는 이런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우선적으로 중용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