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장점 빼앗은 슈틸리케 무색무취 전략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6.11.16 05: 49

무색무취(無色無臭)다. 허물이 없이 깨끗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아니라 아무 빛깔과 냄새가 없다는 말이다. 바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이다.
한국은 1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 후반전 터진 남태희와 구자철의 연속골로 우즈베키스탄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승점 10점이 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승점 9점)을 따돌리고 조 2위에 올랐다.
비록 승리는 거뒀지만 여전히 슈틸리케호의 색깔에 대해 의문점이 생긴다. 이정협을 원톱으로 내세운 4-1-4-1 전술을 사용한 한국은 좀처럼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다.

전반서 한국은 68-32의 압도적인 점유율 우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술은 특이점이 없었다. 플랜 A와 플랜 B는 결과적인 이야기일뿐 후반서도 똑같은 전술을 사용했다.
4-1-4-1 전술의 가장 큰 장점은 공격숫자를 늘려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점이다. 그러나 슈틸리케호의 전술은 간단했다. 그저 문전으로 롱 패스를 연결하고 그 다음 공격을 노렸다.
설상가상 전반서 선봉으로 나선 이정협은 단 한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활동량이 좋은 이정협이지만 이미 K리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기대를 받았던 이정협은 성장세가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정협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자 2선 공격진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지동원의 돌파는 상대 수비에 번번이 걸렸고 손흥민의 돌파는 길었다. 이정협이 확실히 매조지를 해줘야 할 상황을 만들지 못해 생긴 문제였다.
하지만 후반서는 김신욱이 투입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신장과 체격을 가진 김신욱은 투입 직후 곧바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과 김신욱에 대해 "전반서 이정협이 많은 활동량을 기록하고 상대 수비의 체력을 소모시키면 후반서 김신욱을 투입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계산일 뿐이다. 이미 한국은 선제골을 얻어 맞았고 오히려 수비가 흔들리면서 더 많은 실점 위기가 있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지만 이정협과 김신욱의 교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전술이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경질론까지 대두된 마당에 홈에서 경기를 펼친다면 적극적인 공격이 필요했다. 다양한 공격 방법이 필요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외면 아닌 외면을 하고 말았다.
후반서 슈틸리케호가 기록한 점유율은 전반에 비해 더 높다. 70-30의 비율이었다. 사실상 한국이 원사이드한 경기를 펼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선제골을 넣고 수비에 치중하며 경기를 펼쳤다. 따라서 한국은 비효율적인 축구를 통해 승리를 거뒀다.
승리를 견인한 김신욱은 경기 후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는 "공격수, 대표 선수라면 분명 선발로 출전하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팀의 사정이 있고 감독님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열심히 준비하고 경기서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곤란한 질문을 여러차례 물어봤지만 김신욱의 대답은 크게 정답의 범위를 벗아나지 않았다. 그는 "나와 같은 스타일의 공격수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동안 대표팀 선수들과 많이 뛰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슈틸리케호에서 2차례 밖에 오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팀 상황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울산에서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던 김신욱은 전북에서도 로테이션을 통해 경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팀처럼 치열한 주전 경쟁중이다.
그러나 김신욱은 전북에서 드러났던 장점들을 모두 대표팀에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경기 초반부터 확실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선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조금 다르다.
그 결과 김신욱은 욕심이 필요한 공격 상황에서도 대표팀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 공격수라면 때로는 무리한 플레이도 필요하지만 너무 이타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만약 강력한 전술로 경기에 임한다면 김신욱의 이타적인 변신을 완전히 칭찬할 수 있지만 전술적인 활용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의 경기라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승점 3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월드컵 탈락 위기를 넘겨 한숨 돌린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져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적 무색무취는 김신욱의 다양한 활용만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의 장점도 빼앗는다. 공격적인 능력이 뛰어난 측면 수비수들에게 오버래핑만 지시하면 이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 점들은 2년이 지난 현재에도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를 호령하는 K리그 정상급 공격수를 평범하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의 노력으로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분명 슈틸리케 감독의 무색무취한 전술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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