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이정협(울산 현대)을 향한 사랑이 결국 축구 대표팀에 독이 됐다.
공격수는 결과로 이야기 한다고 했다. 아무리 내용이 좋더라도 골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15일 우즈베키스탄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 나선 이정협은 할 말이 없다. 선발로 나선 이정협은 최전방 공격수로 67분을 소화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문제는 결과만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정협은 내용도 좋지 않았다. 이정협은 전반전 동안 단 한 차례의 슛도 시도하지 못했다. 슛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으니 골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정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정협을 지원해야 할 2선 라인도 제 몫을 소화하지 못했다. 왕성한 활동량이 장점인 이정협의 특징을 이해하고 지원해야 했지만 긴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남발했다. 피지컬 능력이 좋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비수들은 이정협을 향하는 공을 쉽게 따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단을 빨리 내려야 했다. 전반전 동안 효과를 보지 못한 이정협을 하프타임에 교체해야 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에게 좀 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효과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2분 이정협 대신 김신욱을 교체 투입했다.
김신욱은 투입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비수들은 자신들보다 피지컬이 좋은 김신욱을 신경쓸 수밖에 없었고, 결국 동점골까지 영향을 미쳤다. 후반 22분 우즈베키스탄은 왼쪽에서 박주호가 크로스를 올리자 김신욱에 신경을 쓴 나머지 2선에서 침투한 남태희를 놓쳐 골을 허용했다.
김신욱의 활약은 동점골에 그치지 않았다. 후반 40분에는 구자철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건네 짜릿한 역전의 발판을 마련, 결국 한국은 2-1로 승리를 거뒀다. 슈틸리케 감독이 우선으로 여긴 이정협과 김신욱의 차이가 결과에서 드러난 셈이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