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더 칠 수 있다".
지난 14일 킨스타디움에서 만난 KIA 박흥식 타격코치는 "이번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는 김주형 캠프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만큼 김기태 감독이 김주형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 다른 타자들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그러나 매일 김주형과 시름하며 개인 타격 레슨을 펼칠 정도로 올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일 한 시간 이상 붙잡고 타격 이론을 전수할 뿐더러 킨스타디움의 왼쪽 기둥에서 오른쪽 기둥까지 오가면서 빈스윙을 시킨 일도 있다. 스윙숫자만 따져도 600개가 넘고 2시간이 걸릴 정도로 힘들다. 정말 스스로 욕까지 나올 정도로 견디기 힘들 정도의 훈련이지만 김주형은 군말없이 따라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왜 김주형에게 올인할까? 완전한 성공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2004년 입단한 이후 그동안 많은 감독들이 김주형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김주형과 시름했고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손목의 코킹을 이용한 스윙궤도를 수정한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주목을 받았고 시즌 개막전 유격수로 내세울 정도로 기회를 듬뿍 주었다. 김주형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 한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1리, 19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유격수, 2루수, 1루수, 3루수에 외야까지 전천후 야수로 뛰었다. 개막 초반 유격수를 보느라 큰 부담이 있었지만 커리어하이 기록을 세우며 의미있는 시즌을 보냈다.
김기태 감독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저렇게 좋은 하드웨어(체격)를 갖추고도 홈런을 많이 못친 것은 문제이다. 분명히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19개를 쳤는데 잠실구장에서 중월홈런 1개, 대구구장에서 우월홈런 1개 뿐이었다. 17개가 좌월홈런이었다. 가운데와 오른쪽으로 7~8개를 친다면 충분히 25개 이상을 날릴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자신의 타격이론을 전수하고 있다. 김주형이 약점을 드러낸 몸쪽 볼과 바깥쪽 볼에 약한 공략법을 집중적으로 배양시키고 있다. 김 감독은 "몸쪽 볼 공략법은 최형우와 박석민처럼 왼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인 상태에서 허리의 회전력과 순간적으로 손목에 임팩트(돌리는)를 주면 된다. 바깥쪽 볼은 손이 아닌 하체와 엉덩이로 스윙해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매일 김 감독과 함께 타격에 시름하다보니 달라졌다. 박흥식 코치는 "타구의 질이나 거리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35인치짜리 가벼운 노크 배트로 홈런을 날릴 정도로 스윙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주형이가 그동안 자신의 스윙이 잘못됐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왼 손목을 잘 이용하지 못하고 오른손으로 덮어치는 스윙을 많이 했는데 임팩트를 주는 방법을 알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주형이가 많이 힘들 것이다. 주전으로 뛰어야 팀 타선이 좋아진다. 올해는 절반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포지션 부담만 없었다면 더 잘했을 것이다. 내년에는 반드시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보여줄 것이다. 연봉도 많이 오를 수 있는 타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