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과 3관왕, MVP까지 모두 이룬 6년차 시즌
재계약 성공하면 외인 통산 최다승에도 도전
시즌이 끝나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더스틴 니퍼트(35, 두산 베어스)의 KBO리그 6년차 시즌은 평생 기억에 남을 1년이었다.
니퍼트는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The-K 호텔에서 있었던 KBO 시상식에서 영예의 MVP를 수상했다. 평균자책점(2.95), 승률(.880), 다승(22승)까지 개인 3관왕을 차지한 그는 두산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시즌 MVP까지 가져갔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1년에 이룬 셈이다.
시상식에서만 수차례 눈물을 보였다. 니퍼트는 투수 3관왕이 되며 트로피 3개를 받을 때 먼저 눈시울이 붉어졌고, 목소리도 평소와 달랐다. 그리고 MVP가 된 뒤에도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을 정도로 감격에 젖어 있었다. 정규시즌 20승을 달성했을 때도 팬들 앞에서 평소답지 않게 눈물을 보였던 그다.
올해 유독 눈물을 흘린 일이 많았던 것에 대해 그는 “솔직히 나같이 나이가 조금씩 들고 있는 야구선수가 이런 완벽한 팀에 속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게 감격스러운 것 같다. 훌륭한 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말로 표현한 것 이상의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던지다 보니 벌써 6년이 흘렀다. 니퍼트는 이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 6년 전에 나를 찾아왔을 땐 (한국에서 6년이나 던질 수 있냐는 물음에) 확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즐거웠고, 내 커리어가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고 놀라워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팀의 유니폼을 가장 오래 입었던 것이 3시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텍사스 레인저스)이었기에 실제로도 생각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편견을 이겨낸 결과라 스스로도 더 감동을 받았다. 니퍼트는 “(KBO리그는) 내 커리어를 연장해줬고, 내 커리어에서 아주 소중한 부분이다. 작은 시골에서 자라며 힘든 일도 많았고 해낼 수 없을 거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것엔 KBO의 도움도 이었다. 또한 두산이 아니었다면 이런 업적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KBO리그에서도 니퍼트는 비중이 큰 외국인 선수다. 통산 80승은 다니엘 리오스(90승)에 이은 외국인 선수 역대 2위지만 다음 시즌에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단일 구단에서 거둔 승수는 이미 압도적인 1위다. 또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이슈가 되기도 했을 정도로 한국야구에 녹아들었다. 팬들이 주는 사랑의 크기 역시 역대 어떤 외국인 선수와도 비교할 수 없다.
니퍼트는 “아직도 나는 팀에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마운드에서 더 열심히 던질 것이며, 하루가 끝나면 거울 앞에 서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던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남은 야구인생을 두산과 함께 보내기를 원하고 있다. 올해 120만 달러로 떨어졌던 연봉이 크게 치솟을 것이 확실하지만, 두산 역시 니퍼트가 없는 마운드를 상상하긴 어렵다.
이변이 없는 한 니퍼트는 두산과 다음 시즌에도 함께한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7년 연속 한 팀에 몸담았던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 제이 데이비스가 한화 이글스에서 7년간(1999~2006, 2003년 제외) 뛰었지만 중간에 1년 떠나 있어 7년 연속은 아니다. 니퍼트는 어쩌면 한국에서 3명의 대통령을 본 최초의 외국인 선수로 남을 수도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