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명, "FA 보다 야구 오래하는 게 중요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15 05: 22

어깨 수술로 FA 1년 미루고 재활한 안영명
어깨 회복 빨라, 내년 개막 시점 복귀 목표
야구선수들의 상당수가 FA를 목표로 하며 뛴다.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이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명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 투수 안영명(32)에게 2016년은 그런 해가 될 수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예비 FA로 부푼 꿈을 안고 시즌을 준비했지만, 어깨 통증 때문에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1군에서 2경기만 던졌고, 시즌이 한창이던 7월에는 어깨에 웃자란 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FA를 1년 미루게 됐지만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안영명은 담담했다.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가득했다.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큰 깨달음을 얻은 모습이었다. 지난 14일 휴식 일을 맞이한 안영명을 만나 올 한해를 되돌아봤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일본 마무리캠프도 20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냈나.
▶ 서산에서 시즌을 마칠 때까지 재활을 했다. 감독님께서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재활 선수들이 같이 데려간다고 하셔 오게 됐다. 잘 온 것 같다. 체계적으로 필요한 훈련을 적절하게 하고 있고, 관리를 잘 받은 덕분에 어깨 상태도 서산에 있을 때보다 좋아졌다.
- 7월 어깨 수술을 받았다. 상태는 어떤가.
▶ 어깨 상태는 너무 만족스럽다. 왜 하루빨리 안 했나 싶어 아쉬울 정도로 좋다. 캐치볼은 지금 35m까지 했다. 내일부터 40m를 던질 차례다. 팔 상태도 좋고,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으니 (김성근) 감독님께선 무리하지 말고 러닝 위주로만 하라고 하신다.
- 야구를 하며 수술을 받은 건 처음 아닌가.
▶ 목 근육 제거 수술을 한 적이 있지만 공을 던져서 한 것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목에 근육 한 가닥이 신경을 누르는 것이 있어 잘라낸 것이다. 야구적인 수술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직히 수술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고민이 컸는데 감독님과 홍남일 트레이닝코치님이 계속 권유했다. 일본에 가서 3D 촬영을 해보니 어깨에 뼈가 자라있는 게 보였다. 올 시즌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아픈 상태로 하는 것보다 수술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하게 됐다.
- 절친한 친구 윤규진이 1년 전 먼저 같은 수술을 받았다.
▶ 규진이도 처음에 같은 증상이었다. 규진이가 수술하고 난 뒤 '이렇게 아프지 않고 던질 수도 있는 거구나'라고 말했는데 지금 내가 그걸 느낀다. 초등학교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처럼 어깨가 싱싱하다. 작년부터 어깨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공을 던지고 나서도 기분이 상쾌하고 개운하다. 감독님께서도 '일찍 수술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하더라. 규진이 덕에 참조가 돼 수술을 잘할 수 있었다.
- 4월말 1군 복귀했을 때 마음은 어떠했나.
▶ 빨리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돌아보면 마음이 조급했다. 어깨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경기 감각을 빨리 익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5월5일) SK전에서 선발로 던지다 어깨 통증으로 교체된 뒤 '이건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다' 싶었다. 2군에 있을 때도 던지려면 계속 던질 수 있었지만 감독님과 상의한 뒤 수술을 받기로 했다.
- FA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쉬움은 없는가.
▶ 그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요즘 FA 관련 기사를 보면 '나도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기사 안에 나오는 이름에 포함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올 시즌 FA를 못해서 아쉬운 게 아니다. 작년에 10승하고 나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었다. 2009년에도 10승(11승)을 하고 다음 해 성적을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트레이드된 기억이 있어 올해는 작년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FA는 내 야구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야구를 오래 하는 게 목표다. 통증을 참아가며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수술을 한 것이다. 주위에서 FA 이야기를 하면 아쉬운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들 때도 있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야구를 오래하는 게 더 중요하다.
- 올해의 시련이 야구 인생에 있어 큰 공부가 됐을 듯하다.
▶ 그 전부터 심리 공부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재활하면서 생각보다 너무 고통스러워했다.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던지는 것을 재활하며 보는 건 너무 던지고 싶었다. 재활 훈련도 같은 일정이 반복됐다. 자칫 늘어질 수 있었지만 그럴 때는 오히려 나름의 스트레스도 풀고 마음을 다잡았다. 재활기간에도 나름대로 즐기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다.
- 내년 시즌 복귀 시점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개막전이다. 충분히 개막까지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월에는 괌에서 한 달 정도 개인 훈련을 갖고 2월 캠프에 들어가려 한다. 지금 상태라면 충분할 것 같다. 매년 시즌 초반에 발동이 늦게 걸렸다. 내년에는 초반부터 최고 컨디션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어깨 회복도 중요하지만 러닝·하체 훈련을 통해 밸런스를 맞출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맞춰보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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