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점을 찾아 개선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힌 트레이 힐만 SK 신임 감독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수들에게 스스로 배팅볼을 던져주는 등 최대한 빠른 팀 파악을 위한 노력이 관심을 끌고 있다.
SK의 6대 감독으로 지난 11일 공식 취임식을 가진 힐만 감독은 12일 유망주 선수들 위주로 마무리캠프를 진행 중인 일본 가고시마로 넘어왔다. 첫 날 선수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힐만 감독은 구단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니폼을 입자마자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코치들이 배팅볼을 던져주는 경우는 흔하게 있는 일이지만, 감독이 직접 나서 공을 던져주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이런 주위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묵묵하게 공을 던졌다. 힐만 감독은 LA 다저스, 휴스턴에서 벤치코치로 있던 시절에도 간간히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성향은 SK에서도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힐만 감독은 배팅볼 투수를 자청한 이유에 대해 “평소 활동적이고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던지겠다고 했다. 그리고 원래 공을 던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라고 웃었다. 하지만 또 다른 속내가 있다. 선수들을 직접 상대하며 거리감을 좁히는 것과 동시에 선수들의 성향까지도 낱낱이 파악하겠다는 욕심이다. 아무래도 배팅볼을 직접 던져주면 선수들의 타격감이나 특성을 잘 바라볼 수 있다는 이득이 있다.
힐만 감독은 “배팅볼을 던지다보면 선수들의 타격 자세와 타구 등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라면서 “그런 면에서는 타자들이 어떤 스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힐만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영상이나 기록을 꼼꼼하게 챙겨보기는 했지만 직감과 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을 메우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도 덩달아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감독이 배팅볼을 직접 던져주면 선수들도 긴장하거나 훈련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 대한 특별한 선입견이 없는 힐만 감독의 특성상 감독의 눈에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박승욱은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시니 더 집중해서 치게 된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대변했다.
격의 없는 태도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감독이라 마냥 어려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먼저 다가오는 감독에 대해 선수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해외 경험이 있는 남윤성은 “야구적으로도 그렇지만, 성격적인 부분이나 일상 생활 등에서도 감독님께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출발을 알린 SK에 힐만 감독이라는 좋은 활력소가 가세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