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문화독재] '순시리'가 사랑했던 영화들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11.16 07: 06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확실히 뭔가는 잘못됐다는 것을 체감할 만큼, 나라의 모든 게 심하게 뒤틀려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100만개의 촛불이 지난 주말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은, 까도 까도 자꾸만 나오는 내용물로 시작부터 현재까지 공분을 사고 있다. 차은택 등을 앞세워 문화 산업에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사상을 녹여내려했던 정황까지 포착됐다. CJ그룹 압박을 통해 좌파 성향의 영화를 완전히 밀어내고, 애국, 이른바 보수주의 '국뽕 영화' 제작을 주도하게 만들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는 2014년말 이미경 부회장의 미국행과 관련해, 정치적인 외압이었다는 주장이 보도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 매체에 의해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지난 2013년말 조원동 청와대 전 경제수석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너무 늦으면 난리가 난다"고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녹취록에서 조 전 경제수석은 이를 "VIP(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해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물론 알다시피 이는 '최순실'의 뜻이기도 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선보였다. '광해'는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왕대신, 민심을 헤아릴 줄 아는 왕의 대역을 진짜 왕으로 만들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당과 이전 및 현 정권에 불편함이 생겨날 수 있는 영화라는 소리다.
하지만 압박 이후에 CJ엔터가 내놓은 영화들은 180도 뒤바뀐, 애국심을 강조하고 보수적인 코드가 짙게 채색된 영화 뿐이다. '명량'(2014), '국제시장'(2014), '인천상륙작전'(2016) 등이 바로 그것. 이는 이미경 부회장이 청와대의 퇴진 압력을 받고 물러난 시기와도 일치하니,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이상하게 보이는 게 당연하다.
더욱이 이 시기 CJ E&M은 전 채널에서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문구를 새긴 광고를 시종 방송했다. 드라마고 예능이고, 모조리 정권이 불편해할 만한 내용은 솎아냈다. tvN 'SNL코리아'의 정치 풍자가 증발한 것도 이쯤의 이야기다.
투자배급사 NEW 역시 2013년 영화 '변호인'을 내세웠다가, 2015년 '연평해전'을 내놓았다. 알다시피 '변호인'은 제5공화국 초기시절 1981년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부림사건'을 파헤치는 故노무현 대통령의 실화를 담은 영화. NEW의 이같은 변화 또한 CJ엔터테인먼트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서 '광해'는 개봉 시기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관람한 뒤 故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한 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눈물을 쏟았던 일화까지 전해지며,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은 관람하지 않았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은 '명량',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은 모두 빠짐없이 관람했다. 대통령의 영화 관람 역시도 '비선실세' 최순실의 입김이 완전히 빠졌을 거라는 판단은 힘들다. 결국 해당 영화들은 최순실 본인은 "아무 관련없다" "억울하다"고 얘기하겠지만, 드러난 정황들은 영화팬들의 의심을 부를만한 것도 사실이다. 
혹시 또 모르겠다. 민중을 '개 돼지'로 치부하며 비웃던 영화 '내부자들'의 장면을 보고, 원격 조정이 가능한 '아바타'를 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며 웃고 있었을 지도.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드라마 '밀회'는 그에게 굉장히 불편했을 작품이란 사실이다. / gato@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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