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문화독재] 돌아보니, 미스터리 같았던 체육계 행정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11.16 06: 57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는 체육계 행정의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지난 2013년 10월 문체부 제2차관 자리에 오른 뒤 지난 달 30일 사임하기 전까지 최순실이 관련된 각종 이권사업을 '지원사격'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재직시절 '체육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체육계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김 전 차관의 재임기간 체육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 같은 행정논란을 짚어봤다. 
▲ 배구협회, 김치찌개 회식이 웬 말?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배구대표팀은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분투를 펼쳤다. 배구협회 직원은 AD카드가 발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 한 명도 리우에 따라가지 않았다. 팀내서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김연경 밖에 없었다. 김연경은 고된 훈련을 마친 뒤 선수단의 작은 일까지 하나하나 챙겨야 했다. 심지어 선수촌의 화장실이 막혔을 때도 김연경이 나서야 했다. 행정을 도맡아 처리해줄 사람이 없다보니 선수들의 고충이 말이 아니었다. 대표팀 버스가 엉뚱한 곳에 도착해 훈련에 지장을 초래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올림픽 기간에 배구대표팀의 ‘김치찌개 회식사건’이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배구대표팀이 김치찌개로 회식하는 사진이 공개된 것. 결국 대표팀은 김연경이 사비를 들여 고급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일자 서병문 배구협회 회장은 리우 올림픽이 끝난 뒤 고급중식당에서 회식을 가졌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고, 포상도 미비한 대표팀에서 오직 국가를 위해 선수들의 희생만 강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배구협회의 행정에 있었다. 배구협회는 162억 원에 달하는 협회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110억 원을 대출받았다. 협회의 예산이 무리한 투자로 이어지며 정작 집행해야 할 곳에 쓰이지 못한 것이다. 배구협회를 관리하고 감시해야 할 문화체육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박태환, 리우올림픽 출전포기 강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지난 5월 박태환을 비공개로 만나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했다. 도핑논란을 일으킨 박태환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나라망신이라는 논리였다. 박태환의 출전여부가 논란의 대상인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문체부 차관이 직접 나서 선수에게 출전포기를 강요한 것은 월권행위란 것이 체육계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김종 전 차관이 대한체육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박태환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 
당초 김정행 전 대한체육회 회장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찬성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끝까지 박태환의 출전을 반대했다. 김종 전 차관이 뒤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종 차관의 체육계 통합 시도 이면에 최순실 일가의 이권개입이 걸려 있었다. 최 씨 소유의 K스포츠재단이 K스포츠클럽과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통해 생활 체육과 엘리트 스포츠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문체부는 강압적인 통합을 통해 일부 종목의 예산을 삭감하는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적보다 최씨 일가의 이익을 먼저 챙겼다. 
대한체육회는 6월 16일 이사회를 열어 박태환에게 출전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박태환은 법정투쟁을 불사했다. 결국 박태환은 국내법원과 국제스포츠재판소(CAS)에 제소를 하는 기나긴 투쟁 끝에 7월 8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올림픽 출전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실점감각이 떨어진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서 ‘노메달’이란 저조한 성적을 갖고 돌아왔다. 박태환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 체육계의 시선이다. 
▲ 정유라 승마 국가대표 선발 의혹 
김종 전 차관의 비리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조직은 승마협회다. 김종 전 차관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승마를 통해 대학에 입학하고,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도움을 줬다. 김 전 차관은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승마협회에 압력을 행사했다. 2013년 말부터 대한체육회와 승마협회에 대대적 감사가 이뤄졌다. 결국 지역 승마 협회장 대부분이 옷을 벗었다. 
지난 2014년 4월 승마협회 전직 지역협회장들이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정유라의 '공주승마'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종 전 차관은 두 차례나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유라는) 중고등학교부에서 독보적인 선수의 자질이 있다는 게 승마계의 평가”라며 강하게 비호했다. 
정유라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이화여대에 특기생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은 이미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마감된 뒤에 진행됐다. 정유라가 대학입학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결정적 이유다.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정유라의 입학을 취소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정유라의 국가대표선발도 의혹투성이다. 박원오 승마협회 전 전무는 검찰에 소환돼 승마협회의 전횡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문체부가 찍어냈다고 진술했다. 지난 2013년 4월 상주에서 열린 전국 승마대회에서 정유라가 우승을 놓치자 이례적으로 상주경찰서가 심판진들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승마협회의 비리를 폭로한 노태강 체육국장을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결국 노 전 국장은 좌천됐다. 승마계에서는 실력이 없는 정유라가 최순실을 등에 업고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보고 있다. 
▲ 최순실 사태, 평창올림픽 준비에도 차질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최순실은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이권을 차지하려고 분산개최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2014년 12월경 수석비서관회의서 분산개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것. 최순실의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사업의 부당·불법 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최순실이 분산개최 반대로 얻게 될 이득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 
당초 올림픽 예산의 절감을 위해 문체부는 강릉종합경기장을 증축해 개폐회식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평창조직위는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평창에 새로운 스타디움을 짓는 방안을 고집했다. 여기에 최순실이 나서 힘을 실어줬다는 논리다. 
최순실이 평창올림픽을 둘러싸고 각종 이권 사업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 최순실과 관련된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고 있는 분위기다. 개막이 2년도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 준비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