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혼자 먹는 술 등 ‘혼밥’, ‘혼술’ 등이 최근 트렌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눈길을 끄는 트렌드가 있다. ‘혼승’이다. 혼자 승마 대회에 출전해 우승한다는 뜻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정국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온갖 부정한 방법을 다 동원해 자녀 정유라 씨가 승마 대회에서 우승하도록 한 사실은 결국 광화문 100만 촛불 집회를 이끌어내는 불씨가 됐다.
이처럼 체육계는 최순실 씨가 가장 만만하게 전횡을 휘두른 분야가 됐고, 때문에 가장 먼저 최순실 비리가 터져나오게 된 근원지가 됐다.
‘박근혜 게이트’ 혹은 ‘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만만한 곳, 체육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체육시민연대는 지난 7일 체육인 시국선언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관계자들의 사법처리, 평창 동계 동계 올림픽 관련 공사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는 대부분 문체부를 통해 이뤄졌다. 국정 농단 곳곳에 스포츠가 범행의 명분으로 악용됐다”고 주장했다.
체육계의 답답한 마음은 한 둘이 아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악용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고 했던 최순실 일가와 이에 동조한 문체부 전현직 장관과 차관, 전직 펜싱 국가대표 고영태 등이 모두 체육계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분노한 체육계는 범행 가담 관계자 사법처리와 이권개입의혹으로 얼룩진 평창 동계 올림픽 비리 수사 착수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동계 올림픽 관련한 한 관계자는 “최순실 씨의 조카인 장시호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스포츠토토 빙상단에 연간 4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단 한명의 이야기로 체육계의 피와 땀이 흘러갔다. 전횡은 계속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정유라 씨가 직접 관련된 승마 뿐만 아니라 부정한 이권이 전횡한 동계 스포츠까지 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피해자가 바로 체육계다.
승마계 문제를 직접 지적한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과 진재수 과장의 좌천에는 김종 전 차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쫓겨난 이들은 명예회복의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추진 됐던 체육단체 통합도 같은 맥락이다. 한 관계자는 “체육단체 통합이 이뤄졌지만 무늬만 개혁이었다. 정부가 원하는 인물이 통합 체육회 회장에 당선되지 못하면서 문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패한 인물들에 대한 줄서기가 만연하면서 체육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