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열정’ 힐만 감독은 SK 열공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13 06: 00

“가장 훌륭한 감독은 그 팀의 장점을 살리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11일 공식 취임식을 갖고 SK 지휘봉을 잡은 트레이 힐만 감독은 세계 최초로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모두 감독을 경험해 본 이색 경력의 인물이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에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에서, 그리고 내년부터 2년 임기로 SK 사령탑을 역임한다.
이런 힐만 감독은 자신의 야구를 집요하게 고집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식 야구를 구사하지만, 일본프로야구 시절에는 번트를 대고 작전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내며 팀을 2006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른바 스타일 변신이었다. 힐만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투수들이 좋아지면서 1점 승부에 대한 필요성이 생겼다”라면서 “일본 선수들은 1점이라도 지고 있으면 덕아웃 분위기가 처지는 경향이 있더라.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힐만 감독은 SK에서 ‘제3의 색깔’을 준비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11일 취임식에서 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세밀하게 보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힐만 감독은 “기본적으로 현재 팀에 있는 코치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잘 안다”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기보다는 코치들과 잘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스스로도 최대한 빨리 적응하기 위해 ‘열공’을 마다하지 않는다.
힐만 감독은 지난 10월 2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방문해 선수단 상견례를 가진 뒤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부친의 수술이 미리 잡혀 있어 구단에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힐만 감독은 한국을 떠날 당시 올 시즌 SK 선수 및 팀 경기 영상이 담긴 대용량 외장 하드디스크를 손에 쥐었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선수들의 기본적인 기량, 팀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겠다는 속내였다.
짧은 시간이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꼼꼼하게 영상을 살피며 내년 구상을 짜기 시작했다. 10일 입국 후에는 곧바로 구단 사무실을 찾아 팀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전체적인 부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구단 전략프로젝트팀 산하 세이버매트릭스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통계도 꼼꼼하게 따졌다.
힐만 감독은 “통계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결국 통계와 현장의 직감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당분간은 선수 관찰을 계속할 뜻을 드러냈다. 통계로 팀 및 선수들의 장·단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이제는 자신의 눈과 코칭스태프 의견 조합을 통해 알맞은 해법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2군의 한 코치는 “코칭스태프 미팅을 했는데 굉장히 스마트한 지도자라는 느낌이 절로 든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힐만 감독은 12일 유망주 캠프가 열리고 있는 일본 가고시마로 떠났다. 영상에 없는 선수들의 모습까지 눈에 넣어두고, 팀이 강조하고 있는 육성 부문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스마트함과 열정을 모두 쥔 힐만이 그 성과물을 그라운드에서 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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