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스, V-리그 득점 1위-공격성공률 2위
특급 외국인선수 배출, 삼성의 오래된 힘
레안드로, 안젤코, 가빈, 레오, 그로저. 삼성화재에는 항상 특급 외국인선수가 있다. 그로저처럼 입단할 때부터 세계적인 선수도 있었지만 '미완의 대기' 가빈과 레오는 삼성화재에서 기량이 급성장하며 세계적인 레벨로 뛰어올랐다.
이로 인해 삼성화재엔 '몰빵 배구'란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은 지 오래됐다. 배구의 다양성 측면에서 몰빵배구는 비난받을 여지가 없지 않지만 어느 팀이나 삼성화재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몰빵배구의 중심이 되는 외국인선수가 매번 다르지만 고유의 팀컬러는 변함없이 유지되기에 가능하다. 올 시즌 삼성화재의 중심에 있는 '네덜란드 특급' 타이스 덜 호스트(25) 역시 삼성화재의 남다른 외인 육성 능력이 만든 작품이다.
타이스는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삼성화재에 지명됐다. 타이스 앞에 지명된 선수가 1~3순위 가스파리니(대한항공)·우드리스(KB손해보험)·바로티(한국전력)였다. 당시에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시즌 전 네덜란드 대표팀에 차출돼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하지만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타이스만한 외인이 없다. 득점이 무려 292점으로 2위 우드리스(182점)를 멀찍이 따돌린 압도적인 1위이고, 공격성공률도 56.87%로 2위에 올라있다. 양과 질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수비형 레프트로 활약해지만 삼성화재에선 득점을 절반 넘게 책임지는 공격수로 변모했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타이스가 처음 왔을 때보다 블로킹도 좋아지고, 2단공격도 향상됐다. 전체적으로 기량이 괜찮아졌다"고 평가했다. 삼성화재 구단 관계자는 "타이스의 타점 높이가 더 좋아졌다. 처음에는 눈앞에서 짧게 끊어 때렸지만 이젠 팔 스윙을 크게 하면서 타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형 레프트였기 때문에 공격 비중을 높이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하지만 아직 만 25세로 젊은 타이스는 코칭스태프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변화했다. 여전히 수비 중심의 플레이가 몸에 배어있지만, 삼성화재의 조직적인 시스템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발전하는 모습이다.
타이스는 "이탈리아리그에선 레프트 2명이 모두 리시브에 참여하며 수비에 치중했다. 삼성화재에선 공격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삼성화재 팀에서 뛰고 있어 기쁘다. 훌륭한 선수들과 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공격에 있어 부담이 없지 않지만 경험을 쌓으면 더 좋아질 것이다"고 했다.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뽑혔지만 지금 V-리그 최고 외인은 타이스다. 그는 "내가 최고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번째로 뽑혔는지는 중요치 않다"며 "앞으로 서브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서브에 기복이 심한 편이라 리듬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섭게 진화하고 있는 타이스의 기세라면 강력한 서브를 장착할 날도 머지않을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