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 권순태(32, 전북)가 드디어 국가대표팀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축구국가대표팀은 오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을 펼친다. 승점 7으로 조 3위인 한국은 2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점)을 반드시 꺾어야 본선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권순태는 11일 캐나다전에서 주전 골키퍼로 나서 2-0 무실점 완승을 주도했다. 전반전 캐나다는 프리킥에서 강슛을 날려 골대 빈 구석을 노렸다. 이 때 권순태는 완벽한 선방을 펼쳐 실점위기를 모면했다. 전북을 K리그 최강으로 이끈 실력이 이제야 대표팀에서 빛을 본 것.
권순태는 12일 파주NFC에서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다. 인터뷰가 낯설다더니 막상 카메라가 돌자 청산유수처럼 언변에 거침이 없었다. 권순태는 “캐나다전이 3번째 A매치였다. 라오스와 2연전에 나왔는데 보여준 것이 없어 실망을 했다. 보시는 분들도 불안했을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은 것 같아 마음의 짐을 덜었다. 캐나다전은 편하게 했다.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면서 털털하게 웃었다.
골키퍼에 정성룡(31, 가와사키), 김승규(26, 빗셀고베)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제 3의 골키퍼인 권순태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 그는 “처음에 대표팀에 왔을 때 긴장도 했고, 나이가 많아 적응도 부담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을 떨쳤다. 지금은 같이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이 나이에 출전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노장들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당당히 밝혔다.
캐나다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권순태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기회를 얻을까. 그는 “중요한 경기다. 누가 누가든 책임감이 크다. 이란전 패배로 선수들이 많이 아팠는데 똘똘 뭉친다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권순태는 곽태휘(35, FC서울)에 이은 팀내 두 번째 노장이다. 그는 “사실 국가대표에 대한 마음을 접은지 오래됐었다. 32살에 국가대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은퇴 후 돌아봤을 때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면서 주전경쟁에 자신감을 보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