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안투라지’, 미드 원작과 무엇이 같았고 달랐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12 09: 30

tvN 금토드라마 ‘안투라지’는 미국 드라마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정식 리메이크 작품이다.
미국에서도 욕설과 성적 농담이 센 대사로 무장한 블랙 코미디라 호불호가 엇갈렸다. 여성들에게 일과 사랑을 다뤘던 ‘섹스 앤 더 시티’가 공감을 샀다면, 남성들에게는 ‘안투라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연예계를 배경으로 남성들의 로망과 농담을 다루며 흥미를 이끌었던 작품이었기 때문. 물론 미국내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때문에 한국에서 제작이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과연 미국에서도 호불호가 엇갈렸던 이야기가 한국 정서에 맞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 지난 4일 첫 방송된 ‘안투라지’는 이 같은 걱정대로 수위가 센 성적 농담에 대한 일부의 거부감, 그리고 원작과 마찬가지로 카메오가 쏟아지고 벌어진 산만한 전개에 대한 지적이 있다. 물론 캐릭터들이 생동감 넘치고 그간의 우리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롭다는 평도 존재한다.

# 원작과 무엇이 같았나
이 작품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방송된 미국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부터 세세한 이야기가 원작을 본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다.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지 않고 욕설과 성적 농담을 달고 사는 매니지먼트 대표 김은갑(조진웅 분), 연기를 놀면서 하는 듯한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알고 보면 연기 욕심이 강한 스타 차영빈(서강준 분), 영빈의 가족이자 무명 배우로서 욕심과 콤플렉스가 많은 차준(이광수 분), 영빈의 죽마고우이자 대본 보는 눈이 좋은 매니저인 이호진(박정민 분), 영빈 곁을 지키며 위로가 되는 친구인 거북(이동휘 분)이 원작 인물과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거짓말 잘하고 영빈이 작품 선택을 할 때 늘 조언을 구하는 호진을 무시하지만 자신의 배우에 대한 믿음과 성공시키겠다는 열정이 강한 은갑은 가족보다 영빈을 위주로 생활하는데 이 때문에 늘 이혼 위기에 처한 인물이다. 원작을 본 시청자들은 은갑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이야기가 은갑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실제로 3회까지 방송된 한국판도 은갑을 연기하는 조진웅이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곳에서 스타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 위주로 펼쳐졌다.
한국 정서상 욕설과 성적 농담을 많이 줄이긴 했지만, 블랙 코미디 작품인 이 드라마에서 아예 배제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에 주인공들이 간간히 대화하며 툭툭 내뱉는 다소 저질 농담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노릇. 다만 원작을 본 시청자들에게는 원작에 비해 약한 수위와 우리식으로 바꾸다 보니 어색한 감정과 분위기가 한국판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문화적인 차이를 감안해서 본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많다.
연예계 종사자들이 무수히 카메오로 등판하는 것 역시 같다. 물론 쏟아지는 카메오는 이야기 흐름을 뚝뚝 끊고 산만한 전개의 이유가 되고 있지만 말이다. 3회부터는 1~2회 빠르게 전환돼서 어지럽던 그림이 안정화됐고, 문제로 지적됐던 시끄러운 배경음악도 크게 줄어들어 산만하지 않다는 달라진 분위기이기도 하다.
# 무엇이 달랐나
한국 연예계와 미국은 다른 구조다. 배우와 제작자를 연결해주는 에이전트 개념인 미국과 달리, 우리는 좀 더 친밀하고 배우의 일에 관여를 하고 관리한다는 매니지먼트다. 그래서 원작에 비해 은갑이 뒤에서 영빈의 새 작품에 관여하고 제작자와 소통하는 과정이 더 치밀하고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타 배우에게 밀려 새 작품을 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영빈과 새 작품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은갑, 친구와 매니저로서의 역할에서 고민하는 호진까지 좀 더 거리를 두는 에이전트와 배우 관계였던 원작과 크게 다른 부분이다. 특히 원작에서는 은갑이 호진을 무시하면서도 건드리지 못하는 선이 있는데, 한국판은 호진이가 은갑과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을 중에 을’인 중간 관리 매니저로 그려지고 있다.
인물들의 세세한 설정도 다르다. 원작에서는 이복형이었던 차준은 한국판에서는 사촌형으로 다뤄지고 있다. 또한 원작에서는 하룻밤 사랑에 미쳐있던 은빈이 한국판에서는 첫 사랑인 안소희를 잊지 못하는 로맨틱가이다. 주인공의 로맨스가 들어가야 먹히는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즌 8까지 방송된 원작은 중반 이후 은갑의 역할이 커지고 이 드라마가 진짜 하고자 했던 인물들의 성장이 다뤄졌다. 시즌 1과 시즌 2는 우리 기준으로는 정말 의미 없는 흥미 위주의 농담 따먹기가 줄을 이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한국판은 초반부터 은갑의 매니저로서의 소신과 노력, 은빈의 큰 배우로서의 욕심이 드러나며 제작진이 한국 정서에 맞게 진중한 이야기를 빨리 꺼내려는 의도는 엿보였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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