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뮤직]故 레너드 코헨, ‘할렐루야’&‘유 원트 잇 다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11.12 09: 31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11일(한국시각) 향년 82세로 뉴욕에서 생을 마감한 캐나다 출신의 가수 겸 시인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은 겨울에 떠난 겨울 같은 뮤지션이다.
1956년 첫 시집을 발표했으며, 1967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을 통해서 가수로 데뷔했다. ‘Nancy’ ‘I'm your man’ ‘Hallelujah’ ‘Birds on the wire’ ‘Suzanne’ ‘Famous Blue Raincoat’ 'So Long, Marianne' 등을 히트시키며 흔히 ‘음유시인’으로 불렸다. 안정감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깊은 페이소스와 더불어 머나먼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주는 저음이 특징이다.
‘할렐루야’는 무려 300여 명의 뮤지션이 리메이크했다. 반전평화주의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여자 밥 딜런’ 조안 바에즈는 ‘수잔’을 불러 유명하다. 밥 딜런도 ‘할렐루야’를 재해석한 바 있다.

그의 히트곡은 영화에 삽입되기로 유명하다. ‘버드 언 더 와이어’는 아예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으며 ‘할렐루야’는 ‘슈렉’과 ‘왓치맨’에 각각 다른 버전으로 깔렸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왓치맨’ 중 인간적인 슈퍼히어로 나이트 아울과 실크 스펙터가 화재로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한 뒤 아울의 비행선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코헨의 오리지널 버전을 삽입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코헨의 투정부리는 듯한 특유의 저음에는 황량한 겨울의 눈보라가 느껴지는가 하면 가사에선 풋내 나는 연민도 넘치는 가운데 ‘아임 유어 맨’처럼 풍자도 있다. 하지만 역시 그의 노래의 가치는 종교와 사회의 비판에 있을 것이다.
‘할렐루야’는 성서의 다윗과 밧세바의 얘기에 기반을 둔다. 다윗은 충직한 부하였던 우리야를 전장에서 죽게 만든 뒤 그의 아내 밧세바를 취했다. 이에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은 뒤 회개함으로써 용서를 받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는 내용을 코헨은 이 곡의 첫머리에 넣었다. 찬양이 아닌 후회다.
지난 9월 발표해 유작이 된 ‘You want it darker’는 기시감을 줄 정도로 절묘하다. 노랫말에 유독 Hineni(히네니)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창세기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을 때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답한 히브리어다.
‘당신이 딜러라면 난 이 게임에서 빠지겠다/ 당신이 치유자라면 난 망가진 절름발이라는 의미/ 영광이 당신의 것이라면 그건 내게 수치/ 당신은 ‘그게’ 더 어두워지길 바라는군/ 우리는 불꽃을 죽이겠다/ 당신의 성스러운 이름이 신성해지길/ 사람들 틈에서 핍박 받고 헐뜯기길/ 결코 오지 않을 구원을 위해 타오르는 100만 개의 촛불들/ 당신은 ‘그게’ 더 어두워지길 바라는군/ 히네니 히네니, 하느님, 전 준비 됐습니다(후략)’
정말 절묘하다. ‘I'm your man’의 가사 역시 심상치 않다.
‘연인을 원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그 어떤 것이든 돼줄게/ 색다른 사랑을 원한다면 당신을 위해 마스크를 쓸게/ 파트너를 원한다면 그냥 내 손을 잡아/ 나를 때려누이고 싶을 정도로 화났다면 그냥 여기 서있을게/ 난 당신의 남자야(후략)’
코헨은 캐나다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영문학을 배워 시인으로, 또 소설가로 활약한 뒤 주디 콜린스에게 곡을 준 인연으로 가수가 됐다. ‘할렐루야’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의 음악은 록을 기조로 한 포크다. 포크록이라고 함부로 말하기 힘든 이유는 캐나다 출신의 미국 정착민이면서도 묘하게 북유럽의 어두운 정서를 담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로 일관되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의 민속적 정서를 비요크가 가장 잘 표현한다면 코헨은 북아메리카 대륙의 북단인 캐나다의 황량한 정서, 유럽을 떠나온 이주민들의 애환과 종교적 혼란을 멜로디와 가사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인접한 그린란드의 분위기도 풍긴다.
노벨상에 빛나는 밥 딜런이 반전 평화 인권 등의 문제를 다뤘다면 코헨은 종교적 갈등과 부조리한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파고들면서도 인간 본연의 사랑의 가치에 대해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 안 나온다면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괴로워했다는 점에서는 매우 닮았다.
딜런이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에 삽입된 롤링 스톤즈의 ‘Paint it black’처럼 혼돈스러운 여름을 연상케 한다면 코헨은 당연히 나무가 헐벗고 온통 눈에 덮인 채 살을 에는 삭풍이 휘몰아치는 겨울의 무원고립을 떠올리게 한다. 위대한 시인이자 철학적 작가인 고인의 명복을 빈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레너트 코헨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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