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양날의 검이다. 정도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서 열린 캐나다와 A매치 친선전서 김보경과 이정협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의미 있는 무실점 승리다. 한국은 오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앞두고 있다. 조 3위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중대한 일전을 앞두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슈틸리케호는 최근 A매치 6경기서 12실점하며 뒷마당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간 약체를 상대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지만 스페인에 6실점하며 공든탑이 무너졌다. 중국과 카타르를 상대로도 안방에서 2실점씩 내주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캐나다전 무실점 승리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이란전 패배로 잃어버렸던 자신감도 어느 정도 되찾았다. 주축 자원들을 아꼈고, 실험도 했다. 딱 여기까지다.
캐나다(110위)는 한국(44위) 보다 FIFA 랭킹이 66계단이나 낮다. 상대는 원정, 시차, 낯선 환경 등의 불리한 조건을 안고 싸웠다. 이미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도 좌절돼 동기부여도 적었다. 마이클 핀들레이 캐나다 감독도 "6월 초 우즈벡을 2-1로 이겼을 때는 더 좋은 선수가 있었다"면서 "이번엔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고자 했기 때문에 우즈벡전 명단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한국은 이날 1.5군을 가동했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이 휴식을 취했다. 캐나다는 모든 조건을 감안하면 사실상 2군에 가까웠다. "감독으로서 크게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괜찮은 경기력이었다.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캐나다전 승리에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할 우즈벡은 캐나다와는 차원이 다른 상대다. 우즈벡은 최근 A매치 16경기서 14승 2패를 기록했다. 캐나다에 1-2, 이란에 0-1로 진 게 유이한 패배다. 북한, 이라크, 카타르, 중국 등 만만치 않은 팀을 상대하며 거둔 성적표다.
너무 빨리 취하면 샴페인을 터트리지 못하고 파티가 끝날 수도 있다. 우즈벡이라는 산을 넘은 뒤 터트려도 늦지 않다./dolyng@osen.co.kr
[사진] 천안=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