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진 빅5’에 예산 상당 부분 묶여
다른 선수들도 시간 두고 제의 기다릴 듯
역대 최대의 판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2017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조용하게 출발하고 있다. 최대어들이 당분간은 계약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선수들도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최대한 많은 구단들의 제의를 들어보려는 분위기다.
올해 FA 자격 대상이 된 18명의 선수 중 이 자격을 신청한 15명은 11일부터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원소속팀 우선협상기간이 사라졌다. 시작부터 치열한 쟁탈전을 예상했던 근거였다. 그러나 당분간은 대형 계약이 전면 보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 진출 카드도 염두에 두고 있는 이른바 ‘빅5’의 계약이 11월 중순 이후로 밀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투수 쪽에서는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야수 쪽에서는 최형우 황재균이 해외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김광현과 차우찬은 이미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도 받았다. 이에 이 선수들은 해외 구단의 제안을 들어보고 마지막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빅5 중 한 선수의 에이전트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11월 말 혹은 12월 초로 밀릴 선수도 나올 수 있다”고 점쳤다.
최대어들이 당분간은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들의 원 소속 구단들은 FA 시장의 예산이 거의 대부분 이 선수들에게 묶여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FA 예산이 어마어마하게 있지 않는 이상 움직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각 그룹들의 지원금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해외로 나갈 것을 섣불리 예상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돈을 썼다가 이 선수들이 돌아오는 일이라도 생기면 낭패다. 그룹에서 더 당겨올 예산들이 없다.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
이에 당분간은 내부 FA 및 준척급 선수들을 위주로 FA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이 없는 준척급 선수들은 나름대로 노리는 수요가 있다는 시각이 파다하다. 이에 집토끼를 단속하려는 원소속구단과 전력보강을 노리는 타 구단 사이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면 아래서의 쟁탈전은 벌써 시작됐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다만 ‘빅5’가 움직이지 않으면 외부 FA 시장도 자연스레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각 구단 예산이 총량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 FA 시장에 뛰어들 만한 팀이 예년에 비하면 많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근래 들어 가장 큰 손이었던 한화는 육성 쪽을 바라보고 있고, 나머지 팀들도 각각 내부 FA들에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적지 않다. 일부 팀들은 일찌감치 철수를 선언했다.
또한 이 선수들은 타 구단의 제의를 충분히 들어보려는 의지도 강하다. 앞으로 시장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는데 굳이 처음에 제의한 팀과 손을 잡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모든 구단들이 자신에게 제의를 했다는 판단이 들 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단에 비해 선수들은 그렇게 급할 이유가 없다.
한편 타 구단의 수요가 많지 않은 베테랑 선수들은 원 소속팀과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 이 또한 전망이 엇갈린다. FA 시장 초기에 일찌감치 계약을 끝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굵직한 선수들에 우선순위가 밀려 마지막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 또한 존재한다. 이처럼 이번 FA 시장은 선수 이동의 불투명성이라는 FA 시장 특유의 매력은 물론, 그 시점의 불투명성이라는 변수 또한 흥미로워졌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