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투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구수 제한을 둔다. 내년 3월에 열린 4회 WBC도 이전 대회처럼 선발 투수는 제한된다. 1라운드 선발의 제한 투구수는 65구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불펜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 김 감독은 10일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후 “WBC 특성상 투구수가 굉장히 중요하다. 대회 요강이 12월 17일쯤에 나오는데, 지난 대회들을 보면 처음(1라운드)엔 투구수 65개 정도로 제한했다. 선발이 잘 던지면 괜찮지만 안타를 좀 맞고 투구수가 많아지면 3회 정도에 끝날 수도 있다"며 "그동안 경험으로 보면 불펜이 빨리 가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발은 좌완들이 잘해주면 문제없다. 결국 우완 선발보다는 불펜을 많이 뽑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3년 3회 WBC에서 1라운드 한국 대표팀의 선발은 윤석민(네덜란드전 4⅓이닝) 송승준(호주전 4이닝) 장원준(대만전 3⅔이닝)이 나섰다. 평균 4이닝이다.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 상대로 선발이 3이닝도 각오해야 한다. 불펜 투수들의 임무가 막중하다.
1라운드에서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이 각각 선발로 나선다면 우완 선발들(우규민, 이대은)은 2번째 투수로 나설 준비도 해야 한다.
오른손 불펜은 5명, 왼손 불펜은 2명이다. 우완으로는 원종현(NC), 장시환(kt), 임정우(LG), 이용찬(두산), 임창용(KIA)이 발탁됐다. 팔꿈치 수술을 받는 이용찬을 대신해 임창민(NC), 심창민(삼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왼손 불펜은 이현승(두산), 박희수(SK)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빠진 마무리는 오른손 투수들이 맡을 전망이다. 김 감독은 “나이는 많지만 임창용, 젊은 임정우 등이 마무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종현, 장시환, 임정우는 태극마크가 처음이다. 155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원종현은 한국시리즈에서 다소 부진했으나 직구-슬라이더 구위는 불펜 투수로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임정우는 올해 LG 마무리 임무를 잘 수행했고, 커브와 포크볼 등 변화구 능력이 좋다.
이현승과 박희수는 좌완 투수로 직구 보다는 변화구 계열에 장점을 갖고 있다. 이현승은 슬라이더, 박희수는 투심이 좋다.
불펜 투수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짧게 이어 던지는 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대할 것은 있다. 사령탑인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는 앞서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하는데 뛰어난 투수진 운영을 선보였다. 2006년 WBC에서도 김 감독-선 코치의 용병술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달성하는데 큰 힘이 됐다.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 4-3으로 앞선 9회말 수비에서 좌타자 상대로 잠수함 정대현과 좌완 이현승을 기용한 것은 세밀한 분석에 따른 교체였다. 상대 좌타 중심타선 상대로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정대현을 믿었다. 마지막 2사 1루에서 홈런타자 나카무라 다케야 상대로 이현승을 기용한 것은, 나카무라가 좌투수 상대 타율은 높지만 변화구에 약해 슬라이더가 좋은 이현승을 투입했다.
당일 컨디션 위주의 기용과 상대 타자에 맞춤 교체 등 있는 자원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낸다. 투구수 제한으로 일찍 불펜을 가동해야 하는데 우리 대표팀의 코칭스태프에게 불펜 야구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