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조정희, 메탈릭 초콜릿이 있다면 바로 그녀의 음색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11 15: 00

[OSEN=김관명 칼럼] 지난 2014년 2월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에 낯선 노래가 한 곡 흘러나왔다. 극중 작곡가 앨런 주(성준 분)의 천재성을 보여주기 위해 짧게 삽입된 곡이었다. 빌보드 차트 9위까지 올라간 것으로 설정된 만큼 멜로디나 연주도 돋보였지만, 진한 초콜릿 맛이 나는 여성 음색이 무엇보다 ‘강했다’. 그리고는 엔딩 크레딧에 ‘Shaily J’라는 낯선 이름이 스치듯 지나갔다. 
시청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메탈릭 컬러의 그 여자가수가 누구냐?” 드라마 음악감독이 노래의 신비감을 드높이기 위해 일부러 ‘재야’에서 찾았다는 실력파 고수. 바로 재즈 보컬리스트 조정희였고, 그 노래가 지금 들어도 고막이 사르르 무장해제되는 ‘Now And Forerver’였다. 데뷔 5년만에 최근 정규 1집 ‘3일의 낮과 밤’을 낸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래서 괜히 설렜다.
우선 조정희의 디스코그래피와 활동 이력부터. 

= 2011년 밴드 3월의 토끼 결성 : 존 바스콘셀로스(김정배. 기타), 황브로(황성용. 퍼커션), 조군(조정희. 보컬)
= 2012년 박근쌀롱 ‘습관의 발견’ 게스트 보컬 :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상 수상
= 2012년 2월 3월의 토끼 EP ‘라라를 위하여’
= 2013년 4월 3월의 토끼 싱글 ‘Spring Comes, Rain Falls’
= 2013년 7월 ‘무정도시’ OST ‘Everyday’
= 2013년 8월 솔로 EP ‘In The Depth Of My Heart’
= 2014년 2월 ‘로맨스가 필요해3’ OST ‘Now And Forever’
= 2014년 6월 ‘엔젤아이즈’ OST ‘Blue Bird’
= 2014년 11월 솔로 싱글 ‘Waltz For Debby’
= 2014년 12월 재즈피아니스트 조순종과 프로젝트 앨범 ‘조정희&조순종 Play Bill Evans’
= 2016년 7월 ‘굿 와이프’ OST ‘The Light’
= 2016년 10월 솔로 1집 ‘3일의 낮과 밤’ 
= ‘Now And Forever’를 간만에 다시 들었는데, 역시 좋더라. 메탈릭 초콜릿 맛이랄까. 하여간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3월의 토끼 앨범을 녹음했던 스튜디오에서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이런 드라마가 있는데 노래 불러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가보니 이미 작곡팀이 준비돼 있었다. 그래서 내가 가사를 써서 불렀다. 반응이 내 앨범 때와는 완전 다르더라(웃음). 신기하고 놀라웠다.”
= 디스코그래피를 훑어보니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그림자가 많이 드리워진다. 좋아하나?
“맞다. 빌 에반스는 말처럼 멜로디를 쓰는 사람, 말하듯이 멜로디를 꺼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너무 좋아했다. 그의 곡을 부를 때마다 좋았다. 애정할 수밖에 없는 뮤지션이다. 특히 (조순종과) 빌 에반스 프로젝트를 하면서 재즈가 더 좋아졌다.”
= 3월의 토끼 때는 ‘조군’으로 활동했다. 그때는 남성성이 강했나. 
“대학 다닐 때부터 머리를 굉장히 짧게 잘랐다. 그래서 선배들이 ‘조군, 조군’ 불렀다. 3월의 토끼 이름으로 지난해 3월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황브로랑 시간이 안맞아서 못했다. 3월의 토끼는 계속 하고 싶다.”
= 국문과(한양대) 출신인데 재즈신에는 어떻게 발을 디디게 됐나. 
“대학축제 때다. 음향 엔지니어분들이 사운드 체크를 하면서 기계음이 나왔는데 이게 가슴에 꽂혔다. 음악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노래는 원래 좋아했었고, 졸업을 앞두고 ‘밥이 되든 죽이 되든 음악을 하자’ 결심했다. 처음에는 록을 했다. 체인도 감았다(웃음). 그러나 이내 매력적인 음악을 발견했다. 바로 재즈였다. 2군데 아카데미에서 1년반 동안 타이트하게 배웠다. 2006년 무렵이다. 악보를 싸들고 재즈클럽을 막 돌아다녔다. 연주자들 쉬는 시간에 ‘저, 재즈 공부하는 보컬입니다’라고 무작정 인사를 드렸다. 그러다 류복성(재즈드러머) 선생님이 ‘너, 노래해? 올라 가서 해봐!’ 해서 대학로 천년동안도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 드디어 재즈라는 강호에 뛰어들었다. 
“무대에서 많이 배웠다. 혼나기도 하고 깨지기도 많이 깨졌다. 재즈를 해서 다행이다. 록신은 밴드가 꾸려지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가 없다. 그런데 재즈는 원하는 대로 부를 수 있고, 혼자 다닐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재즈) 신에 진입하기가 비교적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 정규 1집에서 몇 곡만 같이 들어보자. 타이틀곡 ‘Hello, rain’이다. 피아노 소리가 좋다. 
“박만희씨다.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 소리를 좋아했다. 특히 ‘도’ 음에서 풍기는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멜로디는 흥얼거리면서 예전에 만들었고 제목은 자연스럽게 나왔다. 내용은 썸을 타고 있는 상대를 만나러 가는 날, 비가 내린다. 그런데 이 비가 귀찮지가 않은 것이다. 그런 느낌을 담았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사랑의 시작부터 헤어짐, 그리고 재회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 ‘그렇게 우린 시작되네’. 결국 사랑이 시작됐다(웃음). 
“같이 처음 여행을 간 날 저녁 이야기다. 야외 공기 좋은 풀밭에 누워 별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이 때 트럼펫(배선용)이 울려퍼진다. 할 말을 잃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서로가 서로한테만 빛나는 사람이 되어주는 그런 순간이다. 코러스는 박영섭 박희숙 부녀가 해주셨다. 코러스 작업은 처음 해봤다. 앨범 후반 작업할 때 많이 지쳤었는데 이분들이 많이 웃겨주셨다.”
= ‘천 개의 달’은 판타지 같다. 
“맞다. 약간 불안한 환상을 겪는 장면? 어지럽게 천 개의 달이 떠있어 창가에 갔는데, 남자친구가 내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아 오른다. 그러면서 달빛은 부서지고. 내용적으로는 남자친구와 서로 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때는 색소폰(이동욱)이 필요했다. 노래속 여자처럼 에둘러 말하지 않고 그냥 스트레이트하게 표현하는 매력이 색소폰에는 있다.”
= 그러고 보니 앨범 참여 뮤지션 면면이 화려하다. 어떻게 연이 닿았나. 
“드럼이 임주찬, 베이스가 이원술이다. 처음 (이)원술 오빠한테 ‘데모앨범’을 들려드렸는데 ‘내가 사람들 좀 소개시켜 줄게’ 하시더라. 그때 (박)만희 오빠를 처음 알게 됐다. 거친 부분을 다듬어주셨다. 그러면서 ‘이 음악은 (임)주찬이가 잘하지, 기타는 (이)성민이고 잘하고’ 이런 식으로 된 거다. 성민씨는 5,8번 트랙(김정배)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을 맡았는데 한마디로 녹음실에서 다 보셔주시더라.”
= ‘다 잊기로 해’, 완전 클라이막스에 다다른 것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 헤어지자는 것인가. 
“첫날밤 이야기다(웃음). ‘우린 숨에 겨웠지, 한잎 꽃을 피웠지’가 그런 얘기다. ‘다 잊자’는 얘기는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는 뜻이다. 이 곡에서는 트럼펫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트럼펫이 뒤에서 에너지감 있게 나오는 게 너무 좋더라. 믹싱할 때도 트럼펫을 (보컬 쪽으로) 앞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애썼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과연 내가 듣고 싶은 사운드는 뭘까’ 이 부분을 고민했고 집중했다.”
= ‘이미 알고 있었던 얘기’는 랩이 들어갔다. 규영은 어떤 랩퍼인가.
“어린 친구인데 가사를 잘 쓰더라. 학교(조정희는 현재 한양대 ERICA캠퍼스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 광운대 정보과학교육원 실용음악학 교수다)에 보컬을 하는 학생이 소개를 시켜줬다. 편곡을 맡은 (김)정배 오빠는 이 곡을 좀더 몽환적으로 하기를 원했지만 나는 랩도 넣고 좀더 저돌적으로 하자고 해서 의견차이가 좀 있었다. 하지만 결과물에 모두 만족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두 남녀가 헤어지는 단계다.”
= 끝으로 두 곡만 더 듣자. ‘3일의 낮과 밤’과 ‘Waltz for S.P.’. ’S.P.’가 뭔뜻인가.
“‘3일의 낮과 밤’은 헤어진 후 그리움에 대한 노래다. ‘3일’은 두 남녀가 집중해서 사랑을 했던 순간을 의미한다. 이 곡에서는 (이)원술 오빠의 베이스가 너무 따뜻해서 좋다. 뒤에서 베이스 소리가 들리면 노래할 때 너무 좋다. 톤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다. ’S.P.’는 ‘Sweet Pain’의 약자다. 사랑하게 되면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많지 않나? 다 내 마음 같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고통도 달콤하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전 남자친구 이름을 ‘SP’로 저장했었다. 이 곡의 첼로는 방효섭씨가 연주해주셨다.”
= 내가 보기에 사랑은 ‘Painful Sweet’ 같다(웃음). 
“그것도 말이 된다(웃음).”
= 어느새 전곡을 다 들었다. 교수님으로서 근황과 앞으로 계획을 들으면서 마무리하자.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고, 낙성대 재즈엘리, 홍대 에반스클럽, 청담동 블루문 등 여러 클럽에서 소소하게 재미난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펙터를 사서 이렇게 저렇게 기존 음악을 재해석해보고 있다. 예전에는 무대에서 나만 멜로디를 깔끔하게 부르면 그만이었는데, 요즘은 친구들과 함께 그루브를 찾고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재미가 더 크다. 앞으로는 영상과 내레이션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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