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세체원 '뱅' 배준식, "모두 함께 한다면 SK텔레콤 남고싶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6.11.10 14: 58

10월 30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2016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서 SK텔레콤은 결승 사상 첫 풀세트 명승부 끝에 삼성을 꺾고 영광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간판스타 '페이커' 이상혁이나 4강전부터 위기의 순간 흑염룡처럼 상대를 윽박지르며 팀을 구원해준 '벵기' 배성웅, 묵묵히 탑을 지킨 '듀크' 이호성, 어떤 순간에도 상대를 압박했던 배준식-이재완 봇 듀오 등 T1 선수가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하나를 만들어냈다. 
T1의 사령탑 최병훈 감독은 이번 롤드컵 수훈선수를 묻는 질문에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서 따로 수훈선수를 말하기는 힘들 정도로 모든 선수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면서 "그래도 꼽아야 한다면 이번 롤드컵서  항상 든든하게 버텨준 '봇 듀오'를 말하고 싶다"면서 팀의 전무후무한 롤드컵 3회 우승과 2년 연속 우승의 뒤에 '뱅' 배준식의 역할이 컸음을 인정하면서 고마워했다. 

'세체(세계 최고)'원 배준식을 지난 2일 경기도 일산에 있는 SK텔레콤 연습실로 찾아가 만나봤다. 한 달 넘게 미 대륙을 누비는 일정 속에서 지칠법도 하지만 배준식은 편안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그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 미래까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한 달간의 시간에 대해 배준식은 "끝나고 바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라이엇게임즈 본사에서 우승 스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어제(1일) 한국에 들어왔다. 사실 아직까지 롤드컵 우승에 대해서 실감나지는 않는다. 그냥 경기를 했고, 승리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별다른 건 없다. 오히려 주변에서 너무 말씀이 많이 해주셔서 그런가 들뜨기도 힘든 것 같다"며 수줍게 지난 한 달간의 고된 일정에 대해 말했다. 
SK텔레콤은 쉽지 않았던 ROX 타이거즈와 4강전과 삼성과의 결승전 등 계속됐던 풀세트 승부 끝에 롤드컵 3회 우승의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번 롤드컵에서 자신에 대해 평가에 해달라는 물음에 그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롤드컵 뿐만 아니라 시즌 중 몇몇 고비가 있었지만 나는 항상 마인드 콘트롤을 한다. '팀이 멈칫 멈칫하는 순간에도 나보다 잘하는 선수는 없다'는 식의 자기 주입을 했다. 실제로 자신도 있었다. 팀이 질 때도 봇이 밀린 적은 없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마음가짐을 가졌다. 어떤 상황이든 맞상대보다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 봇 듀오보다 잘하는 듀오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이로 스물 한 살인 배준식은 열일곱살 상경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게 됐다. 인생의 첫 번째 직업으로 프로게이머를 선택한 것에 대해 그는 자연스러운 운명 같았다는 이야기를 막힘 없이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당시 스타크래프트가 인기가 있던 시절인데 나는 콘솔게임등도 즐기면서 게임을 가리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워크래프트3 카오스에 재미를 붙이면서 AOS 장르를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 LOL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LOL을 하기 시작했다. 5개월 정도 하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실력이 붙었다. 10위 안에 들어갈 정도였으니깐 자연스럽게 프로팀에게 연락이 오면서 17년간 살던 강원도 홍천을 떠나게 됐다." 
KT를 시작으로 나진과 제닉스를 거쳐 SK텔레콤에 오기까지 과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배준식은 특히 2015년 팀시스템이 거듭났던 순간에 대해 "참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프로게이머 시작은 KT A팀이었다. 오창종 코치님이 나를 선발했는데 나진의 히로선수가 KT로 오면서 본격적인 프로게이머 생활은 나진에서 했다. 4개월 정도 나진에 있다가 제닉스에서 6개월간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계약이 끝나면서 2013년 10월 SK텔레콤으로 옮기게 됐다. 많은 분들이 2015년 K와 S가 합쳐졌던 순간에 힘들게 보시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잠도 3시간으로 4시간 정도로 줄여가면서 즐기면서 열심히 했던 시간이었다."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자신의 가장 힘들었던 선수시절 시간을 2016년이라고 털어놨다. 심리치료를 받았던 것도 고백하면서 2016년을 '뱅' 배준식을 다시 찾기위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 성적을 떠나서 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세체원이라는 타이틀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있었다. 경기는 언제나 자신이 있었지만 게임 외적으로 나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다. 커뮤니티 사진에서 이해할 수 없는 합성 사진이 올라오고, 인터뷰에서 불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랐다. 내 마음과 다르게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걸 느꼈을 때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는 배준식은 "지난해 우승 뒤에는 나 스스로 허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 계속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래서 심리 상담을 '블랭크' 강선구 선수 다음으로 내가 받았다. 올해는 내 존재를 찾아가는 한 해 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준식과 올해 배준식이 가장 달라진 점 중 하나를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점이 겉모습이 달라진 점이다. 배준식은 2017년에 더욱 더 멋진 남자고 되고 싶다면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었던 일화에 대해서도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운동은 건강을 목적으로 한 건 아니라. 12월에 시즌을 준비하면서도 남는 시간을 활용하려다가 취미가 됐다. 재미를 붙이니깐 힘들어도 저절로 헬스장을 찾게 됐다. 25kg까지 뺐는데 지금은 4kg 정도 다시 살이 붙었다. 이제 12월이 되면 또 시간이 나는데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더욱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지난 7월과 8월 당시 '다년계약을 제시 받았지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면서 거절했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배준식은 '내년에도 팀에 남고 싶다는 말을 먼저 꺼내면서' 전혀 근거없는 루머였다고 답했다. 
"내년 시즌도 팀에 남고 싶다. 연봉도 많이 받으면 좋지만 이 팀에 남고 싶은 생각이 먼저다. 물론 감독님과 코치님이나 동료들도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나는 우리 팀이 코치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좋다. 좋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함께 한다면  팀에 남고 싶다."
마지막으로 배준식은 "올해 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 고생만큼 내년에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나도 포함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좀 편하고 쉽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조금만 부진해도 실패나 몰락이라는 말씀들을 수식어로 붙이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감이기도 하지만 동기부여가 될 때도 있다. 내년에는 더 잘 견뎌내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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