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무시당하던 '라스', 어떻게 토크쇼 자존심 됐나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11.10 13: 30

 관찰 예능, 착한 예능이 여전한 인기고 뜨고 있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서 독한 예능 MBC ‘라디오 스타’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시작해 올 11월 10일을 기점으로 500회를 맞이했다. 제목대로 음악 방송이 아닌, 독한 질문과 농담으로 이뤄진 이 ‘고품격’ 토크쇼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이야기들로 10여 년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있다.
‘라디오스타’의 MC들은 게스트를 소개할 때부터 마지막 클로징에 이르기까지 게스트들을 디스하고, 비꼬고, 놀린다. 일명 ‘독설 예능’으로서 독한 질문을 날리고 게스트들에 관한 루머나 굴욕 사건을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돌직구라는 표현이 인기를 끌기 전부터 게스트를 향해 돌직구를 날린 셈이다. 그래서 더 인기를 끌고 유명해진 건지도 모르겠다.
MC 윤종신과 김구라가 주고받는 개그는 무리수 투성이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아재 개그를 던진다거나, 서로에 대한 매너를 챙기지 않아 혹시 저러다 싸우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을 하게 만드는데, 실제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은 없다. 너무도 솔직해서 문제지 일부로 웃기려고 그런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감동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예외의 경우. 물고 뜯고 비방하는 방식으로 특유의 재미를 안긴다. 일부 시청자들이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불편하다는 반응을 느끼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실제가 아니라 방송에서만 보이는 가상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케미’로 여겨 넘긴다. 이 같은 구도가 빅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라디오스타’는 남을 놀리고 디스해야 재미가 살아나는 최고의 포맷이며, 그 속에서 다른 예능과 비교할 수 없는 ‘라디오스타’만의 재미가 만들어진다. 굴욕을 무릅쓰고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고 싶은 스타들이 많은 이유다. ‘라디오스타’는 감동과 성장이 서려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과 함께 MBC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완전히 다른 방식이지만 각자 그만의 재미로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독설이든 힐링이든, 어찌 됐든 디스와 독설로 점철된 ‘라디오스타’는 수요일 밤을 장악하는 대표 예능이다. 이 독한 예능이 인기를 끈 이유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지금 우리가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실이 숨겨진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시원한 독설을 날리는, 이보다 괜찮은 예능이 또 있을까./ purplish@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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