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다시 한 번 NC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창단 최대 위기를 책임감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NC는 최근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승부 조작 수사 결과 발표에서 NC 관계자가 소속 선수의 승부 조작을 은폐, 해당 선수(이성민)를 신생팀(kt) 보상선수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보상금을 취득했다는 '사기' 혐의를 받았다.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은폐 사실을 부인하면서 법정 공방을 예고했지만, 일단 현재 NC는 지탄의 대상이 됐다.
구단 안팎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NC는 구단 내 현안 가운데 하나를 해결했다. 구단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경문 감독과 3년 20억원(계약금 5억, 연봉 5억)에 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창단 초대 감독을 맡아 2012년 퓨처스리그 시절부터 올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이끈 김경문 감독은 NC에서 '집권 3기'를 맞이하게 됐다.
올해를 끝으로 지난 2014년 맺은 3년 계약이 만료된 김경문 감독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시즌 중반부터 터진 연이은 스캔들로 구단은 조용할 시간이 없었다. 이태양의 승부조작과, 테임즈의 음주운전 등에도 불구하고 김택진 구단주는 김경문 감독에 신임을 보냈고, 재계약까지 연결됐다.
김경문 감독은 재계약 후 "책임감이 많이 들고 막중하게 느낀다"면서 "지난 5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팀을 이끌었다고 생각하는데, 일이 이렇게 생겨 어려운 입장이다. 감독인 나한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옷을 벗고 나가는 것이 책임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시 한 번 선수들과 힘을 모아 더 좋은 팀으로 만드는 것이 NC팬들에 책임지는 자세"라고 말하며 재계약을 맺게 된 배경을 전했다.
NC는 올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두산에 시리즈 전적 4패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김경문 감독 개인적으로도 한국시리즈 8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 "2등만 하니 가슴이 아프다. 올해는 간절하다"고 했던 우승의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구단 프런트 개인의 일탈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김경문 감독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감독 스스로도 인정했다. 구단은 구단 나름대로 현재 받고 있는 혐의에 책임을 질 부분은 책임져야 하고, 김경문 감독은 이제 그라운드에서 다시 지도력을 보여줘야 한다.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팀은 현재 어려운 상황이다. 창단 이후 최대 위기라고 봐야 한다. 휘청이는 배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 배에 다시 올라타서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국시리즈 패퇴와 구단의 불미스러운 일들로 상처 투성이인 NC이지만, 김경문 감독이 만들어 놓은 팀은 변하지 않았다. 구창모와 장현식 등 젊은 투수들의 가능성을 끌어올렸고, 김성욱과 김준완과 같은 야수들도 기존 주전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팀 타선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테임즈의 거취는 불분명하지만, 테임즈 없이도 팀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지도력은 충분하다.
NC는 오는 14일부터 마무리 훈련을 시작한다. '김경문 집권 3기'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과연 김경문 감독의 3번째 집권과 함께 NC는 지금의 위기도 헤쳐나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