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베이스볼은 공허한 외침이었나.
올 시즌을 앞두고 KBO는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리그 확립을 위해 '클린 베이스볼' 실현을 모토로 내걸었다. 구본능 총재도 신년사에서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선수들의 프로 의식 함양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공정하고 긍정적인 리그로 거듭날 것이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 시즌을 치르고 난 지금, KBO리그는 끝없는 사건사고로 깊은 나락에 빠져있다. 클린 베이스볼을 외쳤지만 그 어느 해보다 감당할 수 없는 악재들이 쏟아졌다. 최초로 8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신뢰와 품위가 무너진 최악의 해다. 올 시즌 KBO리그를 뒤덮은 사건사고들을 시간 흐름 순으로 되돌아봤다.
▲ kt 오정복 음주운전
첫 스타트는 kt 오정복이 끊었다. 시범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지난 3월12일 음주운전이 적발된 것이다. 수원 자택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운전대를 잡은 것이 문제였다. kt 구단은 자체적으로 10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의 징계를 내렸고, KBO는 15경기 출장정지와 봉사활동 120시간을 부과했다.
▲ 롯데 아두치 금지약물
롯데는 7월2일 외인타자 짐 아두치를 웨이버 공시했다. 이에 앞서 5월 도핑 테스트 검사 결과 아두치는 금지약물 독시코돈 검출 사실이 드러났다. KBO는 아두치에게 3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처분했다. 경기력 향상이 아닌 치료 목적의 약물이었지만 관리소홀 문제는 분명했다. 롯데 구단도 KBO로부터 1천만 원의 제재금을 물었다.
▲ NC 이태양 승부조작
지난해 데뷔 첫 10승을 거두며 국가대표에도 발탁된 NC 투수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실이 7월20일 드러났다. 이태양은 2015년 4경기ㅔ서 승부조작을 한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NC는 곧장 계약 해지를 결정했고, KBO는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내렸다. 이태양은 지난 8월5일 첫 재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같은 시기 승부조작 혐의를 받은 넥센 출신 외야수 문우람(상무)은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라 군 검찰로 이첩됐으나 혐의를 부인했다.
▲ kt 김상현 음란행위
kt는 7월13일 김상현의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6월16일 전북 익산시 신동 원룸촌 인근에 정차한 자신의 승용차에서 여대생을 보며 음란행위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조범현 당시 감독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김상현을 경기에 내보냈고, kt 구단은 비난에 시달렸다. 김상현을 임의탈퇴 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했지만 구단 이미지는 바닥에 떨어진 뒤였다.
▲ 삼성 안지만 도박사이트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주축 투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난리가 났다. 그 여파가 올 시즌까지 미쳤다. 삼성은 비난을 감수하고 윤성환과 안지만을 썼다. 두 선수는 시즌 개막 전 간단한 사과 인사로 대신했다. 그러나 안지만은 7월21일 도박 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를 받자 삼성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KBO는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내렸다.
▲ KIA 유창식 승부조작 자백
KBO는 이태양 사건으로 승부조작 악령이 피어나자 선수들에게 3주의 자진 신고 기간을 주며 자백을 유도했다. 3주 동안 자진 신고한 선수는 단 1명, KIA 투수 유창식이 유일했다. 그는 7월24일 KIA 구단을 통해 2014년 한화 시절 승부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 조사에서 추가 자백을 한 유창식은 KBO로부터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받았다.
▲ NC 이민호 사생활 논란
NC는 8월4일 이민호에게 구단 자체적으로 벌금 1000만원과 사회봉사시간 50시간 징계를 내렸다. SNS에서 사생활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져 프로선수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협의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던 이민호는 부부 싸움이 크게 번진 케이스였다. NC 구단은 이민호를 1군 엔트리 제외하거나 출장정지 징계를 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 넥센 이장석 대표 횡령 혐의
넥센 히어로즈의 구단주를 맡고 있는 이장석 대표이사도 논란에 휩싸이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 8월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20억원대 사기와 40억원대 회령 혐의를 받은 이장석 대표이사는 불구속 기소 처리됐지만, 구단을 대표하는 책임자로서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 NC 테임즈 음주운전
NC 특급 외인타자 에릭 테임즈는 9월24일 저녁 마산의 레스토랑에서 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귀가하던 중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이 사실은 5일이 지난 뒤에야 들통 났다. 그것도 경기 도중에 소식이 터져 나왔다. 당시 NC 구단은 김경문 감독이 모르게 일을 무마하려다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테임즈는 9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500만원을 제재 받았다.
▲ NC 승부조작 은폐 의혹
NC는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발표된 승부조작 수사 결과에서 큰 충격을 줬다. 2014년 당시 NC 소속이었던 이성민의 승부조작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한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승부조작이 아닌 다른 거짓 사유로 20인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한 뒤 신생팀 kt로 보내 10억원의 편법취득으로 사기 혐의를 받았다. 핵심관계자 2명이 입건된 가운데 NC 구단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승부조작 혐의는 벗었으나 불법도박 사실이 드러난 이재학도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 처벌은 피했지만 KBO 징계를 피할 순 없다.
▲ 두산 진야곱 불법도박
통합우승에 빛나는 두산도 사건사고의 늪에 빠졌다. 투수 진야곱이 불법도박으로 걸린 것이다. 2011년 이재학과 같이 한 불법도박으로 공소시효는 지났다. 그러나 8월 불법도박 사실을 인지하고도 진야곱을 계속 경기에 내보내게 했다는 점에서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이 과정에서 KBO 보고 여부를 놓고 서로 말이 달라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두산은 진야곱에게 자체적인 징계를 고려하고 있지만 시기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아울러 한화 소속 투수도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지만 선수 본인이 혐의를 부인 중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