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역대 최고의 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어급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물론, 그 뒤를 받치는 준척급 시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망은 다소 엇갈리지만 준척급 선수들도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7일 FA 자격을 얻는 18명의 선수를 발표했다. 이 중 이호준(NC), 이우민(롯데), 김승회(SK)는 자격 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나머지 15명의 선수만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다.
김광현(SK), 양현종(KIA), 최형우 차우찬(이상 삼성), 황재균(롯데)은 해외 진출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선수들이다. 시장의 ‘빅5’로 뽑힌다. 이들의 경우 국내 구단의 제안은 물론 해외 구단의 제안까지 모두 들어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당장 계약에 이르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FA 시장 초반은 그 아래 레벨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최대어까지는 아니지만 모두 팀 전력에는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두산에서는 김재호 이현승이 시장에 나온다. 골든글러브급 유격수인 김재호는 올해 두산의 주장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안정된 수비는 정평이 나 있고 올 시즌 137경기에서 타율 3할1푼, 78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현승은 불펜 투수 중에서는 가장 실적이 좋은 선수다. 마무리로 전향한 지난해 18세이브, 올해 25세이브를 기록했다. 올해 평균자책점(4.84)은 썩 좋지 않았으나 한국시리즈에서 또 한 번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건재를 과시했다. 두산은 기본적으로 두 선수를 모두 잡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LG에서는 우규민이 관심을 모은다. 우규민은 올해 28경기에서 6승11패 평균자책점 4.91로 다소 부진한 성적을 냈다. FA 자격 행사를 앞두고 악재였다. 그러나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등 기본적인 능력은 과시한 선수다. 지난해 25경기에서는 11승9패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거뒀다.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이라는 ‘빅3’의 몸값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할 가능성이 있는 우규민의 틈새가 넓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KIA에서는 나지완이 시장에 나온다. 아무래도 양현종 잔류에 집중하고 있는 KIA지만 나지완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다. 나지완은 올해 118경기에서 타율 3할8리, 25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부진을 완전히 씻어냈다. 리그에서 공격 생산력이 가장 좋은 타자 중 하나였다. 포지션 활용도는 떨어지지만 방망이 하나만 놓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다. 앞서 언급한 세 선수와 더불어 적잖은 몸값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IA 역시 성의를 다해 협상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베테랑 선수들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봉중근 정성훈(이상 LG), 이원석(두산), 용덕한 조영훈(이상 NC), 이진영(kt)과 같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적지 않은 나이와 보상선수라는 장벽 때문에 사실상 타 팀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 원 소속팀과의 협상에서 어떤 조건을 따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우규민-나지완-김재호(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