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의 전력 분석관 차두리가 내딛은 첫걸음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지난 달 대표팀은 새로운 전력 분석관의 선임 사실을 발표했다. 지난 해까지 현역 선수는 물론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차두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차두리의 역할은 전력 분석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A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어 정식 코치로 부임할 수는 없지만, 코치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9일 파주 NFC에서 확인한 차두리의 역할은 예상대로였다. 코치와 같았다. 차두리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코칭 스태프를 보좌하며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다. 선수들은 동료가 아닌 차두리에 대해 어색함도 느꼈다. 수비수 홍정호는 "(두리형에 대해) 적응이 안 된다. 불과 지난 해까지 같이 선수 생활을 했다. 그래서 색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께 훈련을 할 때에는 차두리는 물론 선수들 모두 미소가 가득했다.
차두리의 존재는 단순히 훈련 분위기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직접적으로도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슈틸리케 감독의 훈련 지시를 직접 통역한 것. 평소 공격과 수비로 나뉘어 훈련을 진행할 경우 이윤규 통역관이 슈틸리케 감독과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 사이를 오가며 통역했다. 그러나 이날은 차두리와 이윤규 통역관이 각자 분담해 선수들에게 지시를 전달했다.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수비 훈련을 받은 최철순은 "지시 내용이 잘 전달이 되고 있다. 전술적인 설명을 잘 해주신다. 선수로 뛰었던 만큼 우리들이 하는 말도 잘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홍정호도 동의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윤규형이 축구를 많이 알고 있지만, 두리형은 선수 생활도 했고 더 많은 걸 알고 있다. 전술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전달자의 역할만 하는 것도 아니다. 차두리는 오랜 시간 대표팀 측면 수비수로 활약했다. 경험이 풍부하다. 상황에 따른 대처법도 잘 알고 있다. 홍정호는 차두리가 수비적으로 세밀한 사항에 대해서도 알려주는지에 대해 "그렇다. 아무래도 수비수 출신이다 보니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하신다"고 답했다.
긍정적이다. 이란전 패배로 침체돼 있던 대표팀의 분위기도 급반전 됐다. 물론 아직 실전을 한 차례도 치르지 않은 만큼 성급한 결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두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지원 스태프다. 팀을 구성하고 이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몫이다. 차두리는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 된다. 대표팀과 긍정적인 시작을 한 차두리는 합격점을 받을만 하다. /sportsher@osen.co.kr
[사진] 파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