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폄하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야구계에서는 두산이 ‘천운’이 따른 구단이라는 얘기들을 합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행운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두산은 2016 한국시리즈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NC 다이노스에 4전 전승을 거두며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타팀을 압도하는 투타 전력을 과시한 두산의 우승은 일찌감치 점쳐졌습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달성에는 전력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는 승인이었습니다. 두산은 지난 해부터 올해까지 강력한 전력도 전력이지만 전력외 요소에서 상대팀들이 무너지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지난 해에는 정규시즌 1위팀으로 먼저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던 삼성 라이온즈가 갑자기 터져나온 주축 선수들의 불법도박 혐의로 전력이 급락한 덕분에 챔피언에 등극하는 운이 따랐습니다. 한국시리즈 5연패에 도전하던 삼성 라이온즈는 주축 투수들이 불법도박에 연루돼 엔트리에서 빠진 것은 물론 팀전체가 어수선해지며 전력외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준플레이오프부터 천신만고끝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은 김빠진 삼성을 4승 1패로 꺾고 14년만에 챔피언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습니다.
두산의 천운은 올해도 계속됐습니다. 정규시즌 2위에 오른 NC 다이노스가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제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두산을 상대하기에는 벅찼습니다. NC는 시즌 내내 괴롭혔던 승부조작 사건의 여파로 팀분위기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토종 주축투수들로 승부조작에 연루됐다고 나온 이태양은 이미 시즌 중에 퇴출돼 형사처벌을 받았고 신인왕 출신의 이재학은 본인의 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졌습니다. 당장의 투수진 전력이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구단 내외부가 뒤숭숭한 가운데서 팀분위기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막강 전력을 자랑하는 두산을 맞아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소속 선수들이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준우승에 머문 NC는 결국 이재학이 승부조작 무혐의로 경찰에서 발표가 났지만 구단 관계자들의 은폐 의혹이 더해져 곤궁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NC는 구단 차원의 은폐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법정에서 진위를 가리겠다는 태세입니다.
두산의 운은 상대팀들의 불미스런 사건에 따른 전력약화 뿐만 아니라 자체전력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는데도 따랐습니다. 두산 구단은 9일 오후 ‘소속 투수인 진야곱 선수가 불법도박에 연루됐다고 밝히며 야구팬들에게 사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두산은 지난 7일 경기북부경찰청에서 밝힌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 결과’에서 익명으로 나왔던 진야곱 선수가 구단 자체 조사에서 자수를 했고 이를 KBO에 보고하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OSEN이 추가 취재로 ‘두산 진야곱 불법도박’이 기사화되자 해명 보도자료를 내놓게 된 것입니다.
만약에 진야곱의 불법도박 혐의가 한국시리즈 시작전에 발표됐다면 두산 팀분위기도 좋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팬들의 거센 비난으로 곤욕을 치렀을 것이 자명합니다. 진야곱 투수가 팀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하지만 팬들의 비난은 팀을 향해 쏟아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산은 절묘하게도(?)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난 후에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온전하게 한국시리즈를 치를 수 있었고 예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정상을 지키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2년 연속 흐트러짐 없는 전력으로 상처를 깊게 입고 비틀거리는 상대팀들을 넉다운시킨 셈이 됐습니다. 지난 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지만 이후 4연승, 그리고 올해 NC전 4연승으로 파죽의 한국시리즈 8연승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두산의 우승을 깎아내리자는 의도가 아님을 밝힙니다. 세상사에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보이지 않는 행운도 따라야하는가 봅니다. 그런말도 있지 않습니까. 감독중에 최고는 ‘지장, 용장, 덕장’ 보다는 ‘운장, 복장’이 최고라고요.
/스포츠비즈국 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