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베이스볼 시리즈] ②무사안일과 은폐, 또 재앙 불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09 13: 01

지난 7일 경기북부경찰청이 승부조작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프로야구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정 구단은 승부조작을 파악했는데도 은폐 혐의까지 받아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OSEN는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의 새로운 모토인 '클린베이스볼'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2012년 프로야구계는 초유의 사태에 몸살을 겪었다.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은 끝에 영구제명됐다. 말로만 듣던 ‘승부조작’의 악령이었다.
그리고 4년 뒤, 이번에는 또 다른 투수 3명이 승부조작 관련 이슈로 전면에 섰다.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더 부끄러운 모습으로 승부조작이 다시 찾아왔다. 강한 ‘자정 의지’를 내비쳤던 KBO 리그 구성원들의 대처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7일 전·현직투수 7명, 구단 관계자 2명을 비롯한 총 21명을 검거했다고 승부조작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지난 7월 자진신고한 유창식(KIA)에 이성민(롯데) 또한 승부조작을 했음이 드러났다. 현재 이성민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에서는 혐의 소명에 자신감을 드러낼 정도로 증거는 모였다.
지난 7월 창원지검에 검거된 이태양(NC)까지 합치면 올해에만 세 명의 투수가 승부조작과 연관된 셈이다. KBO 리그 역사에 부끄러운 시기로 남을 2016년이다.
2012년과 2016년 사이 KBO 리그는 승부조작이나 불법베팅에 대한 단호한 자세를 취해왔다. 구단 및 리그 차원에서 전면적인 교육이 이뤄졌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불법 행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덕아웃에 붙이기도 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도 불법 행위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태양과 유창식 사태가 터지자 “앞으로 불법 행위가 발견되면 한 명당 20억 원씩을 내겠다”라면서 유례없는 연대 책임론까지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간의 대처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음이 드러났다. 2012년 당시 KBO 리그는 박현준과 김성현을 영구제명시키며 나름대로 쓸 수 있는 최대의 칼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박현준 김성현에서 끝이 났을 뿐, 전면적인 조사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 결국 본질을 차단하지 못한 이유라고 야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 후에도 몇몇 승부조작 의심 사례가 있을 때만 해도 “증거가 없다”라며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구단은 선수단 관리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 승부조작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해외도박 등 굵직한 사건이 계속 터지며 KBO 리그의 신뢰도에 금이 갔다. 구단들은 “선수 개인의 일탈을 구단이 모두 감시할 수는 없다”라고 하소연하지만 계속 터지는 사태에 이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사실상 “우리 구단 선수만은 아니길”이라는 무사안일 분위기가 팽배하다.
심지어 은폐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 또한 나오고 있다. 경찰은 NC 관계자들이 소속 선수 2명(이성민 김병승)의 승부조작 자진신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하고 넘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구단에서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에서 법리 다툼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리그의 신뢰성이 바닥까지 떨어질 위기다. 구단들이 일련의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일 수도 있다.
선수협도 제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겉으로만 강력한 자정 의지를 보여주고 있을 뿐,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태가 터질 때마다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 선수협 차원에서 주도적인 문제 해결을 하고 있다는 인상이 없다. 이처럼 리그, 구단, 선수협의 허술한 대응이 이어진다면, 승부 조작 악령은 계속해서 야구장 주위를 맴돌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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