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민, "한화에서 산전수전, 인생 공부하는 중"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08 07: 27

한화 입단 11년째, 부상 딛고 커리어하이  
한화에서 인생 공부, 내년엔 꼭 가을야구
시련 뒤 성공은 더 달콤하다. 한화 3루수 송광민(33)에겐 2016시즌이 그랬다. 

지난해 팔꿈치 통증으로 12경기만 뛰고 수술을 받은 뒤 시즌 아웃된 송광민은 올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물음표 전력이었다. 실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부상 후유증이 걱정이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기우였다. 4월말 1군 복귀 후 쉴 새 없이 맹타를 휘두른 것이다. 116경기 타율 3할2푼5리 146안타 17홈런 83타점 80득점 OPS .874 모두 프로 데뷔 후 최고 성적이었다. 
송광민의 야구 인생이 그랬다. 2010년 한창 1군 주전으로 경험을 쌓을 때 시즌 도중 군 입대하는 웃을 수 없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렇게 3년 가까운 시간을 흘려보냈지만 2013년 시즌 도중 돌아온 송광민은 더 강해져 있었다. 2014년은 유격수로 시작해 수비 불안으로 고생했지만 3루수로 보란 듯 일어섰다. 수술과 재활로 점철된 2015년을 뒤로 하고 2016년 화려하게 부활한 송광민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시즌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근황은 어떤가. 
▶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 다녀왔다. 보름 정도 팔꿈치 치료를 받고 나서 2일에 들어왔다. 시즌 막판 경기는 뛰었지만 팔꿈치가 좋지 않았다. 치료를 하고 나서 많이 회복됐다. 
- 부상 복귀 시즌이란 것을 감안하면 더 돋보이는 성적이다. 
▶ 준비가 덜 된 상태라 1군에 복귀한 초반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첫 10경기 정도는 계속 긴장했던 것 같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몸을 지배했다. 결과적으로 잘 풀린 시즌이라 다행이다. 
-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을 거의 재활로 보낸 아쉬움이 있다. 
▶ 작년은 부상 때문에 힘든 한 해였다.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다. 그때는 팀에도 미안했고,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재활을 하다 통증이 재발돼 어쩔 수 없이 수술했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헛되진 않았다. 야구를 한 발짝 뒤에 빠져서 지켜보니 다른 게 보이더라. 상대 투수 습성과 타자들이 치는 스타일을 관찰했다. 수비하는 방법도 그렇고 또 다른 것을 공부한 시간이었다. 
- 정확성과 장타까지, 타격에 눈을 떴다는 평가가 있다. 
▶ 수술하기 전 2014년에도 3할 타율을 쳤다. 치는 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만 팔 상태가 걱정됐다. 팔 상태가 괜찮다가도 느닷없이 공을 던질 때 통증이 온다. 수술 후유증인데 2년 정도는 고생한다고 한다. 통증이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윙을 세게 돌리지 못할 때가 있다. 시즌 막판에는 힘과 체력도 떨어졌지만 이런 이유로 장타보다는 팀 배팅과 밀어치기에 주력했다. 
- 송광민의 타격은 역시 초구 공략이다. 초구 공략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나. (올 시즌 초구 타격시 타율 3할4푼4리 3홈런 23타점). 
▶ 초구부터 방망이를 돌려봐야 안다. 직구가 들어왔을 때 스윙이 늦었는지 빨랐는지, 구질에 힘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야 다음 공 들어왔을 때 대처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 노림수가 잘 맞아 재미를 봤다. 올해는 뒤에 (김)태균이형이나 로사리오가 있어 더 적극적으로 했다. 내가 죽어도 다음 타자들이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에는 상대도 초구 공략을 알고 승부가 들어왔다. 그래서 변화구를 노리다가도 직구가 높게 들어와 슬라이더 궤적에 맞으면 그냥 쳤다. 앞으로도 내 스타일대로 갈 것이다. 삼진으로 죽으나 플라이 쳐서 죽으나 같다. 그 대신 경기 흐름상 쳐야 될 상황과 그렇지 않을 상황은 봐야 한다. 
- 2006년 입단 후 어느새 한화에서 11년의 시간이 흘렀다. 
▶ 나도 이제 나이를 꽤 먹었나 보다(웃음). 11년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화나고 안타까운 일도 있었고,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들도 있었다. 인생 공부를 한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에겐 한화가 인생의 공부다. 지금처럼 한화에서 이름 석 자를 계속해서 남기는 게 목표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있었다는 것도 좋게 생각한다. 부와 명예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존감이라고 해야 할까. 
- 입단 때부터 함께한 동기 김태완이 올해 팀을 떠났다. 
▶ 하나 남은 동기였는데…. 다른 선수들보다 태완이가 웨이버 공시됐을 때 정말 가슴 아팠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의지한 친구였는데 이제 더 이상 같은 팀이 아니라 속상하다. 지금도 수시로 연락한다. 지금은 서울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태완이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 2시즌을 더 소화하면 FA가 되는 것으로 안다. 
▶ FA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 내년까지는 뛰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아프지 않고 열심히 뛰면 FA 자격도 찾아올 것이다. FA만 쫓아가다 보면 성적이 안 좋아질 수 있다. 지금껏 FA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팀이 가을야구를 해보는 것이다. 
- 포스트시즌에 뛰어본 경험이 없지 않은가. 
▶ 2007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든 적이 있다. 경기에 뛰지 못하고 (덕아웃에서) 파이팅만 열심히 냈다. 이번에 일본에 있을 때 니혼햄이 우승했고, 한국에 돌아오니 두산이 우승을 했다. 배 아프더라. 지금 이 좋은 멤버들로 내년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투지가 불타오른다. 우리 멤버, 어디에도 안 밀린다. 올해 성적은 안 좋았지만 지나간 것은 빨리 잊어야 한다. 산전수전 겪으면서 느낀 것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인생살이가 그렇다. 좋지 않은 건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 내년 시즌은 어떻게 될 것 같나. 
▶ 올해보다 전체적으로 잘해야 한다. 그래야 팀 성적도 좋아질 것이다. 일단 무조건 가을야구부터 해야 한다.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5강에 가서 분위기를 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지금 이 멤버들로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팬들도 이렇게 많이 찾아와서 응원해주시는데 아깝다. 내년에는 가을야구를 만끽하고 싶다. 
- 내년 시즌을 위해 준비할 부분은 있는가. 
▶ 다른 것은 걱정 없다. 역시 팔 상태가 중요할 것 같다. 올해 경기가 끝나고 매일 얼음찜질을 했다. 경기 끝나고도 트레이닝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팔이 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집에 가서도 조심했다. 잠을 자다 통증으로 깬 적도 있었다. 수술을 한 이상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지나야 할 부분이다. 팔만 아프지 않으면 몸쪽 공을 공략할 수 있는 타격 방법을 보완할 것이다. 캠프 때까지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 야구를 하며 언제 가장 희열을 느끼는가. 
▶ 내가 야구장에서 뛰고 있다는 것 자체다. 작년이나 군대에 있을 때 느낀 것이지만 야구선수는 현장에서 흙먼지 마시면서 뛰고 파이팅 낼 때가 최고다.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프로선수라면 야구장에 있는 그 순간이 최고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은 몸으로 야구장에서 열심히 뛰고 싶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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