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파문으로 야구계 뒤숭숭한 분위기
천정부지 FA 몸값, 이번 기회에 거품 빼나
야구계가 뒤숭숭하다. 승부조작 파문이 FA 시장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7일 경기북부경찰청이 발표한 승부조작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전·현직 선수 7명, 구단 관계자 2명 등 2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NC 구단이 승부조작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게 됨에 따라 KBO리그 전체에도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KBO는 이날 FA 자격을 갖춘 선수 명단 18명을 공시했다. 이들은 9일까지 KBO에 FA 권리행사의 승인을 신청해야 하고, KBO는 FA 신청마감 다음날인 10일 FA 승인 선수로 공시한다. 김광현(SK) 양현종(KIA) 최형우(삼성)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역대 최대 FA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물밑에서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지만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바로 승부조작 사건의 여파다. 전·현직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관계자들의 사실 은폐 정황으로 충격을 주고 있어 팬들의 실망이 상당히 크다. 쉽게 가라앉거나 묻힐 사안이 아니란 점에서 FA 시장 개장 후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겨울부터 도박·음주·명예훼손·음란행위 등 각종 사건사고에 승부조작까지 야구계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뒤숭숭한 야구계 상황에서 거액의 FA 계약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다. 구단과 선수 양 측 모두 부담스런 상황이다. 특히 대외적인 이미지를 중시해야 하는 구단들이 FA 시장 개장부터 거액의 계약을 발표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야구계로선 아픈 사건이지만 FA 시장의 거품이 꺼질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2014년 FA 11명 242억6000만원, 2015년 FA 15명 523억5000만원, 2016년 FA 20명 720억6000만원으로 최근 3년 사이 FA 몸값 총액이 거의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
과거에 비해 FA 모범생 선수들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KBO리그의 산업성이나 평균 관중 하락세를 감안하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점이다. 올 시즌 전에는 이사회에서 메리트(승리수당)를 금지했고, 삼성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후 자생력 강화 차원에서 씀씀이 줄이기에 나서며 군살 빼기가 시작됐다.
상당수 구단들이 FA 시장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지난 몇 년 동안 FA 시장 큰 손으로 군림한 한화·롯데, 승부조작 파문의 중심에 있는 NC 그리고 삼성·넥센·두산·SK까지 FA 영입에 미온적이다. KIA·kt·LG 정도가 참전 가능성이 있다.
구매자는 많지 않지만 매물이 매력적이란 점에서 사상 첫 100억원대 FA 탄생은 눈앞이다. 다만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는 부담이다. 승부조작 파문 속에서 FA 시장의 거품이 빠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