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베이스볼 시리즈] ①승부 조작, 리그 존립 기반 뿌리채 흔든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1.08 07: 25

지난 7일 경기북부경찰청이 승부조작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프로야구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정 구단은 승부조작을 파악했는데도 은폐 혐의까지 받아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OSEN는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의 새로운 모토인 '클린베이스볼'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그 파장은 컸다. 더 이상 파장이 커진다면 리그의 뿌리부터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7일 야구계는 쑥대밭이 됐다. 지난 7월, 이태양(전 NC 투수)과 문우람(상무)의 승부조작 혐의가 창원지방검찰청에 의해 드러난 데 이어 올해 벌써 두 번째 승부조작의 광풍이 몰아쳤다.

경기북부경찰청 수사과는 7일 이미 혐의를 자진신고한 유창식, 그리고 이성민이 승부조작에 연관된 것으로 확인 했다. NC 구단 관계자 2명은 은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014년 KBO 리그 경기에서 1회 고의 볼넷을 던져 승부조작을 한 대가로 브로커에게 금품을 받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총 7억 원 상당 베팅을 한 전·현직 프로야구 투수 7명, 브로커 2명 등 19명을 국민체육진흥법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 여전히 '아는 형님'의 마수에 걸린 승부 조작
이번 사건의 경우도 브로커는 선수들과 가까운 지인들, '아는 형님'이 마수를 뻗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성민은 NC 소속이던 지난 2014년, 브로커로부터 300만원의 현금을 수수한 뒤 1회 볼넷을 청탁 받았고 7월4일(마산 LG전)에서 1회 볼넷을 주는 승부 조작을 시도했다. 
승부조작의 형태는 그동안 밝혀진 수법이 그대로 쓰였다. 이번 유창식과 이성민의 경우 1회 볼넷의 가장 단순한 방식이었다. 지난 7월 적발된 이태양의 케이스는 좀 더 진화된 형식이다. 1회 볼넷을 비롯해, 1이닝 실점과 1이닝 볼넷, 그리고 첫 4이닝 양 팀의 득점 합계를 따지는 언오버 방식까지 동원됐다. 어쨌든 승부 조작은 이들의 손에서 직접 행해졌다.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망각하는 행위다. 동료들과 동종 업계 종사자들을 허무하게 만들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였다.
그런데, 선수들이 지인들의 청탁을 받아 승부조작을 한 것도 모자라 이를 은폐하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 경찰은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 외에 NC 구단 고위 관계자 2명을 입건했는데, 핵심은 '승부조작 은폐'였다.
▶ 충격적인 구단 관계자의 은폐, 문란해진 야구 생태계
경찰은 “승부조작을 한 선수가 2014년 소속 구단에 범행을 시인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해당 선수를 신생 구단 kt에 특별 지명을 받게 하여 10억 원을 편취한 구단 관계자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선수가 바로 이성민이고, NC가 이성민의 혐의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넘긴 구단은 kt. 그리고 구단 관계자들이 받은 10억원은 신생팀 특별 지명의 보상금으로 보여진다. NC 구단 사무실을 압수색한 결과였다.
구단이 직접 나서 은폐했고, 부당 이득까지 챙긴 혐의는 그 어느 리그 승부 조작 사건에서도 볼 수 없던 케이스다. 조직폭력배가 선수들에 접근한 것은 물론 구단 운영에까지 깊숙이 개입해 규모가 커졌던 대만 프로야구, 야쿠자가 활개치면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던 일본 프로야구와는 사뭇 다른 현 상황이다. 한국은 구단 관계자가 그 누구의 청탁도 받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승부조작 사실을 눈 감았고 이를 모른척 하고 다른 구단에 선수를 넘겼다. 만약 경찰의 수사 결과가 그대로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이어진다면, 추악한 스캔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존 승부 조작이 팬들을 기만했다면, 이제는 동종 업계 관계자까지 속이면서 자신들에게 묻은 먼지를 털어내려고 했다. 모든 야구 관계자들 모두에게 '사기'를 친 NC 구단이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이 야구 생태계를 문란하게 만들었다.
KBO와 선수협과 구단 등에서 선수들에 승부 조작의 위험성을 환기시키고 계몽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구단 관계자 역시도 스스럼 없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리그가 자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 스스로 자초한 위기, 발본색원 안하면 뿌리채 흔들려
리그의 위상과 리그의 존폐에 대한 원인을 찾는 데는 외부 '일부의 검은 세력'들이 아니다. 선수들과 리그 관계자들이 바로 주범들이다. 선수들은 여전히 승부 조작에 대한 인식이 낮다. 승부조작 혐의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판결난 이재학은 지난 2011년 불법 스포츠 도박에 160만원을 베팅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재학은 억울하다고 항변하지만, 승부 조작이 바로 불법 도박부터 시작 되는 것이기에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사정당국이 올해만 이미 두 번이나 승부조작을 파헤쳤다. 그동안 KBO리그와 관계자들은 승부 조작 의혹이 일기만 하면,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지난 2012년 벌어진 첫 승부조작 사건 이후 자정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사건의 덩치만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팬들의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젊은이에게는 낭만을, 국민들에게는 여가 선용을’ 이란 모토로 시작된 KBO리그는 올해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여전히 '국민 프로스포츠'의 명색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000만 관중 흥행에 눈이 멀어 현재의 환부를 도려내지 않는다면, 뿌리까지 상해 뿌리를 통채로 뽑아버려야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린다. 우려의 목소리가 이제는 뼈저린 반성의 외침으로 변하기 직전이다. '어린이들의 꿈'이 경찰서에서 수갑을 찬 범죄자가 아니고 승부 조작이 일어난 리그에 젊은 세대는 낭만을 느끼지 못할 것이며, 국민들은 범죄자들이 판치는 리그에 여가시간을 투자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현 사태를 타개해 나가고 다시 팬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발본색원 해야 한다. KBO리그의 뿌리는 점점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이상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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