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무대를 평정한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진출을 선언한 박성현(23, 넵스)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박성현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2층 오키드룸서 거취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골프를 시작하고 올 한 해 가장 값진 성과를 올렸다. 내년에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이자 목표였던 LPGA 투어에 진출한다"면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지만 LPGA 경험을 발판 삼아 1승과 신인왕을 목표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던졌다.
▲ 올인
박성현은 LPGA 무대 진출을 위해 올인을 선택했다. 당초 계획을 변경하고 이벤트 대회를 비롯해 KLPGA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에 불참하기로 했다. 다승왕,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3관왕을 확정했지만 대상 수산이 무산된 이유다.
박성현은 최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세마스포츠마케팅의 물심양면 지원 아래 미국 무대에 도전할 결심을 굳혔다. 그의 성공을 도울 전담팀이 꾸려져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성환 세마스포츠마케팅 대표는 "미국 올랜도에 주택을 마련했다. 코치, 캐디, 트레이너, 영어 강사까지 준비돼 있다"며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박성현은 "그간 낯선 환경과 언어 문제로 미국 진출을 많이 고민해 확답을 하지 못했다"면서 "매니지먼트 계약 뒤 문제가 해결되면서 미국 진출의 마음을 완전히 굳혔다. 불안한 마음도 없어졌다"고 했다.
▲ 장타
박성현의 최대 강점은 큰 스윙에서 나오는 호쾌한 장타다. LPGA의 대표적 장타자인 미셸 위와 렉시 톰슨(이상 미국)을 연상케 한다.
박성현은 "난 미국에서는 한국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한국에서 보여준 박성현만의 스윙이나 공격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은퇴한 박세리(39)는 자신을 가장 닮은 선수로 박성현을 꼽으며 그의 공격적인 플레이가 LPGA 무대 성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박성현은 "내가 공격적인 줄 모르고 원래 골프를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도 내 스타일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 변수
박성현은 그간 묵묵히 미국 무대 진출을 준비해왔다. 진출 시기가 갑작스럽긴 했지만 준비 만큼은 누구보다 철저히 해왔다. 그는 올 시즌 LPGA 투어에 7차례 출전해 68만 2000 달러(약 7억 7000만 원)를 벌어들이면서 상금 22위에 올라 다음 시즌 LPGA 풀 시드를 확보했다.
성공엔 변수도 있다. 박성현의 슬로 플레이다. LPGA는 KLPGA 무대에 비해 관련 규정이 까다롭다. 박성현은 "빠르지도 않지만 느리지도 않아 경기 속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던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낯선 환경과 언어 문제도 무난하게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현은 전담팀과 함께 미국 올랜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일찌감치 현지 적응에 들어간다. 부족한 영어 실력도 전담강사의 도움으로 부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퍼팅도 많이 보완했다. 박성현은 "부족했던 숏게임을 보완하면서 올해 좋은 성적을 냈다"고 했다. 외신도 7일(한국시간) 박성현의 미국 진출을 보도하며 "눈부신 재능을 가진 '장타자' 박성현이 퍼팅 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 김효주와 전인지
김효주(21, 롯데), 전인지(22, 하이트진로), 박성현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 무대를 평정한 뒤 미국으로 건너 갔다는 점이다. 차이는 시점이다. 김효주와 전인지는 한국 무대 평정 뒤 곧바로 진출한 반면 박성현은 본인 스스로 "미국 진출이 다른 선수들보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김효주는 지난 2014년 KLPGA서 메이저대회 3승을 포함해 5승을 수확하며 대상,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뒤 미국으로 떠났다. 전인지는 김효주의 'KLPGA 여제' 바통을 이어받은 주인공이다. 2015년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5승을 기록해 대상,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등 4관왕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효주의 LPGA 통산 승수는 '3'에서 멈춰 있다. 올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서 우승한 뒤 하락세다. 3주간의 휴식을 가진 뒤 이 달 나선 토토 재팬 클래식서도 공동 54위에 그쳤다. 전인지는 지난해 US 여자오픈을 제패한 뒤 올해 9월 에비앙 챔피언십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유독 메이저대회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박성현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젠 갈고 닦은 기량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dolyng@osen.co.kr